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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시청에서는 또 한 번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이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선거공약 수립·이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4일 진행한 울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9시간 30분여 만에 끝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울산시청 정몽주 정무특보실과 미래신산업과·관광진흥과·교통기획과·총무과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일부 관련자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고, 송 시장 집무실과 자택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8시께 압수수색을 모두 마무리했고, 박스 1개 분량의 압수물을 가져갔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6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집무실과 주거지·차량을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송 시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들 부서 공무원과 청와대 등 외부 도움을 불법적으로 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방선거 이전 공약 수립 단계에서 울산시 공무원들의 불법 지원 정황을 확인해 송 부시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검찰은 울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해 한차례 실시한 바 있다.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제보자로 파악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지난해 말 울산시청 본관 8층에 있는 송 부시장 집무실과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와 각종 서류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울산시청 지하주차장에 있는 송 부시장의 관용차량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에 앞서 송 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비리를 처음 접수한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소환해 제보를 받은 경위와 처리과정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 김 전 시장 관련 정보를 먼저 요구했는지, 접수한 제보를 얼마나 가공했고 청와대나 경찰의 다른 인물이 더 개입했는지 등을 따졌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원래 김 전 시장 시절 교통건설국장으로 재직하다가 2015년 퇴임했고, 송 시장 후보 캠프에서는 정책팀장을 맡았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1월 말께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 의혹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송 부시장이 선거 준비를 돕던 때였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시장과 함께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을 만나 대통령 공약 추진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송 부시장이 2017년 10월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의혹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제보한 뒤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고, 이듬해 초 지방선거 준비에 관여하는 시기에 참고인 조사를 받는가 하면 청와대 행정관과 접촉을 하는 등 일련의 흐름에 선거 개입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이같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청구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이 신청한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영장 기각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해 사안이 매우 중한 점과 본건 중 일부 범죄만으로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례가 다수 있는 점, 일부 범행은 영장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인정한 점, 관련자들이 범행 은폐를 위한 말맞추기를 시도한 점 등에 비추어 (구속영장 기각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은 송병기 부시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위한 수순으로 읽히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조만간 이뤄질 검찰 인사와 연관돼 조속한 시일 내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윗선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로 그 전제가 송 부시장에 대한 신병확보다. 이 문제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의혹을 처음 청와대에 제보한 인물이 송 부시장인 만큼 그의 신병을 확보해 의혹의 진위를 가리지 않고서 윗선 수사로 뻗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두 차례의 압수수색과 장기화된 수사로 울산시정이 마비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일선공무원들은 인사철에 수사까지 겹쳐 뒤숭숭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았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검찰 수사가 조속히 끝나 정상적인 시정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검찰은 무엇보다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는 수사에 속도를 내야겠지만 울산시정을 더 이상 혼란에 빠트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많은 울산시민들은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와 조속한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 수사 장기화로 인한 혼란을 막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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