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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는 게 힘든 세상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청년들이 힘들고, '억' 소리나는 신혼집을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아 결혼을 망설이는 연인들도 힘들다. 언제 회사에서 정리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중년의 남성들도 힘들고, 평생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노인들도 힘들다. 심지어 학교를 마치고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몇 개의 학원을 가야하는 초등학생들도 힘들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과거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힘들다'는 소리를 달고 산다.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이자 아픔이다.

지난해 이슈 속에는 이 같은 힘듦에 대한 '위로'가 녹아 있다.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EBS가 만든 펭귄 캐릭터인 '펭수'다. 남극에서 태어난 펭수는 남극유치원을 졸업한 뒤 뽀로로와 방탄소년단을 보고 대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여기에 EBS 소품실에 사는 EBS 연습생이라는 구체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펭수는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탄생했다. 나이도 열 살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2030 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펭수의 인기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하는 시원한 사이다 발언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펭수의 말은 힘들고 지친 이를 위로한다. 펭수는 이렇게 말을 했다. "다 잘할 수는 없다. 하나를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다. 그걸 더 잘하면 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른이고 어린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다", "자신감은 자신에게 있다. 그걸 아직 발견 못한 거다. 거울 보고 난 할 수 있다, 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 등이다.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도 위로를 건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 동백(공효진)은 매사에 소극적인 캐릭터다. 어머니와 연인에게 버림받고, 여덟 살 어린 아들과 낯선 곳에서 술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동백은 인생의 어려움을 모두 자신의 탓이라 여긴다. 하지만 용식(강하늘)의 사랑과 옹산시장 이웃 아주머니들의 보살핌으로 "이젠 착한 척, 굳센 척하지 않을 거야"라며 알을 깨고 나온다. 위로를 받아 변화한 동백은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된다. 어린 동백을 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를 더 엄마같이 위로하고, 갈 곳 없는 처지가 된 향미가 3000만원짜리 전복에 손을 댔음에도 이해해주고 믿어준다. 

울산 동구는 핵심 산업인 조선업이 몇 년째 불황을 겪으면서 지역 전체가 침체에 빠졌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을 만나면 힘들다는 하소연과 함께 경기가 회복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해하기도 어려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주장의 옮고 그름을 떠나 현대중공업 본사가 더 이상 울산 동구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배기가스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 교체 등으로 수주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조선업이 긴 불황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업의 활기가 지역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지금 동구주민들에게 필요한 것도 '위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위로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번째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 주는 것, 두번째는 상대의 감정 반응이 그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세번째는 상대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위로는 사람의 마음을 더 나은 방향, 치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동구주민들에게 위로는 삶이 힘들어도 보다 긍정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오늘 하루 내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배려하는 위로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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