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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난 울산에서 시민들이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 요소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먹는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바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다.

최근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발표한 '울산 수돗물과 먹는 물 수질기준'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전 항목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60개 항목에 걸친 수질검사에서 우리나라 먹는 물 수질 기준과 세계보건기구(WHO) 수질 기준에 적합하고 매우 안전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만 보면, '안전하고 깨끗한 물로 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는 결론을 낼 수도 있겠지만, 조사된 60개 항목에 미세플라스틱 검사 항목은 빠져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이 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 6월 호주 뉴캐슬대학과 함께 연구·발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섭취 미세 플라스틱을 월 단위로 환산할 경우 칫솔 한 개 무게인 21g으로 연간 250g이 넘는 양으로 나타났다.  

미세 플라스틱 주요 섭취 경로는 마시는 물이다. 물을 마시는 과정에서 한 사람당 매주 미세 플라스틱 1,769개 상당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미세 플라스틱 섭취량의 88.5%를 차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음용수에서 검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주로 지표수나 하수가 원인이다. 또, 페트병 생수 내 미세플라스틱은 병에 물을 담고 뚜껑을 닫는 과정에서 일부 유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도 2017년 11월 '수돗물 중 미세플라스틱 함유 실태 조사 결과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돗물 미세플라스틱 존재 유무를 조사한 것이다. 조사는 4대강 수계에서 주로 지표수를 취수하는 24개 정수장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조사 결과 12.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1개 정수장에서는 검출되지 않았고, 3개 정수장에서는 1ℓ당 각각 0.2개, 0.4개, 0.6개가 검출됐으며, 전체 평균은 1ℓ당 0.05개였다.

수돗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수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오브미디어'가 뉴욕주립대 전문 연구팀에 의뢰해 여러 나라 생수를 모아 성분을 검사한 바 있다. 놀랍게도 검사 대상의 93%가 넘는 물병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우리나라도 요즘 대부분 생수를 사 먹는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마시는 500㎖ 생수는 평균 124병이다. 생수가 더 깨끗할 것이라 여기고 손쉽게 찾아 마시고 있지만, 생수관리·감독이 수돗물만큼 까다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법은 업체 자율로 수질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평소 관리·감독이 엄격하고 촘촘하지 않다보니 수질검사에 걸리고 처벌 받는 사건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정수 과정에서 '브론산염'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기기도 하고 대장균이 검출되는 일도 반복돼 왔다. 2011년 이후 5년 간 위생 기준 위반업체는 전체 49개 업체의 80%에 이른다. 

생수의 '물' 자체 위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플라스틱이다. 우리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 물을 무심히 마시고 있지만 환경에 여러 문제를 낳는다. 먼저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데 뿐 아니라, 물을 옮기기 위해서는 석유 에너지가 든다. 생수를 만들고 옮기는 데에는 이 용량의 1/4 만큼의 석유가 필요하다.

여러 지역에서 생산한 생수를 수출·입하려면 배나 비행기로 운반해야 한다. 우리가 더 많은 해외 생수 브랜드를 보고 마시는 만큼 운송 과정에서 석유 에너지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보관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생수가 든 페트병을 햇빛에 장시간 놔두면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 발암 물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수가 햇빛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어떻게 보관되고 유통되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마실 때 마다 성분검사를 해볼 수도 없는 무방비 상태로 이용하고 있다.

생수를 다 마시고 난 뒤 버려진 플라스틱도 환경오염 원인이다. 열심히 분리수거를 외치고 참여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재활용 되는 비율은 3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냥 매립되거나 불태워진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려면 몇 백년은 걸리고 지구는 그만큼 병들고 오염된다. 이 오염은 우리가 먹는 물로 다시 돌아온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수돗물이든, 페트병에 담긴 생수든 우리가 마시는 모든 물은 자연에서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 것이다. 

사용한 물 또한 순환된다. 사람이 쓴 물은 하수구로 흘러 정화시설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간다. 그 자연에서 온 물을 우리가 다시 마신다.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느냐에 따라 미래에 먹을 물이 달라진다. 특히 수돗물에서부터 생수까지 우리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은 심각한 현실이다. 이것은 현재의 문제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미래 세대가 마실 물의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은 미래 세대에서 빌려 쓰는 것이고, 그 주인은 미래 세대다. 지금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할 뿐 아니라, 후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이 실천의 일환이자 울산시민 모두의 건강을 위해 지금 필요한 행동은 지표수와 하수, 수돗물, 울산시에 유통되고 있는 생수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 전수조사와 생수유통·관리에 대한 전수조사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물을 마시는데 따라 울산시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지 위해성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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