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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두 개의 동그라미가 들어서 그런지 어쩐지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같은 숫자가 반복되니 어딘지 모르게 든든합니다.
동그란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굴러가는 바퀴들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자전거, 자동차, 오토바이….
동그란 것들 중에 안경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안경이 없으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없으니까요. 동글동글 머리를 굴려봅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데….
"좀 더 행복하게 살자"
그러기 위해 동시집을 꺼내 읽습니다.

고마운 일

-할아버지!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가 포옥 안겼더니

-고맙다
-뭐가 고마워요
-나이 들면 알게 돼.

누군가 안아주는 것
누군가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서영 선생님도 동그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동글동글 사랑으로 살아가는 마음씨 고운 시인입니다. '소문 잠재우기' 시집의 시들을 보면, 이서영 시인이 세상과 사람들을 얼마나 따뜻한 눈으로 보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민이네 의자

민이네 이사가면서
두고 간 의자

병원 다녀오는 영이 할머니
학원 차 기다리는 지우
쓰레기통 뒤지던 고양이도

잠깐씩 쉬었다 간다.
 

최 봄 아동문학가
최 봄 아동문학가

민이네가 이사 가면서 두고 간 의자는 버려진 게 분명한데, 이서영 시인은 두고 갔다고 합니다.
이 의자는 다른 이들을 위해 남겨 두고 간 의자가 됐습니다. 낡아서 버려진 의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만나는 소중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버려진 게 아니라, 남겨 두고 간 의자처럼 스스로 소중한 존재가 되어 2020년, 경자년의 바퀴를 힘차게 굴려봅니다.
"누가 소문 좀 내주세요. 제가 날마다 기쁘게 살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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