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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991번지 일대 가변형 임시물막이 설치를 위한 검증모형 제작·설치 공사가 공정률 52%에서 실내모형 실험실패로 물막이 실요성 논란 및 예산낭비 우려 등으로 중단·철거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2016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991번지 일대 가변형 임시물막이 설치를 위한 검증모형 제작·설치 공사가 공정률 52%에서 실내모형 실험실패로 물막이 실요성 논란 및 예산낭비 우려 등으로 중단·철거 결정이 내려졌다.

1971년 학계 공식보고 이후 장기간 방치
1995년에야 비로소 국보 지정 세간 관심
2007년부터 정부·학계 등 보존 놓고 논의
맑은물 확보 문제 직결 대책마련 쉽지않아
2013년 가변형 물막이 실험 실패로 원점
지난해 수문 설치안 예산 발목 잡혀 제동


반구대 암각화가 학계에 공식 보고된 것은 지난 1971년이다. 발견 당시만 해도 암각화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수 천 년의 세월을 거쳐 왔음에도 빗물이 직접적으로 잘 닿지 않는 암벽 아래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의 입지적 여건이 훼손을 막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반구대 암각화는 수해를 입기 시작했다. 이미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될 당시부터 보존 방안에 대한 숙제를 안은 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 사연댐 건설로 연중 절반가량 수몰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으로 인해 매년 여름 장마시기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해 이듬해 3~4월까지 잠긴다. 연중 절반가량을 물 속에 잠겨있는 운명이다.

사연댐 수위 기준으로 암각화는 53m를 넘어서면 침수가 시작돼 57m가 되면 완전히 잠긴다. 이는 물을 방류해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사연댐의 여수로 높이가 60m로, 암각화의 최하단 보다 더 높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이후 10년여 간 방치되다시피 했다. 인근에 자리한 천전리 각석이 발견된 지 3년 뒤인 1973년 국보로 지정된 것에 비해 반구대 암각화는 1995년이 돼서야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고, 장기간의 잠수와 건조가 석조유물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2000년대 들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던 암각화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2005년 대곡천 하류에 대곡댐이 건설된 이후부터 인위적인 댐 수위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수몰기간은 감소했지만, 강수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여름철에는 여전히 침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 '댐 수위조절론'vs'제방안' 대립도
2001년 울산시는 문화관광 자원 개발 차원에서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선사문화전시관을 세우고 산책로를 조성하는 관련 사업 설계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학계에서는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일대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반발이 잇따랐다. 

이후 공방을 거쳐 반구대 암각화 관련 개발 계획은 울산시가 학계 및 시민단체와 협의해 진행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시는 2003년 일대 개발공사를 추진, 2006년 암각화전시관(현 울산암각화박물관) 건립을 강행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에 관해선 2007년부터 문화재청과 울산시, 학계가 참여하는 대책회의와 공청회 등이 마련됐지만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도록 영구적으로 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식수 확보를 위해 댐 수위를 낮출 수는 없고 아예 생태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자는 울산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암각화 보존 대책이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울산시민의 식수 확보와 직결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주요 상수원으로 사연댐과 대곡댐, 회야댐 등 3개 댐이 있지만 가뭄이 들면 낙동강 원수를 사서 마셔야 한다. 울산시가 상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다고 버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사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포함한 '대곡천 암각화군'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2013년에는 암각화 보존을 위해 대곡천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임시제방을 축조해야 한다는 울산시가 대립 끝에 내놓은 절충안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가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임시 물막이 사업은 항구적 보존대책을 찾을 때까지 암각화 앞에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투명 옹벽을 세우자는 안이다. 2013년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울산시 등이 업무협약을 하면서 본격화됐고 문화재청은 2015년 3월 임시 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을 구성, 3차례 모형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암각화가 물에 젖지 않도록 임시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이 사업의 모형실험은 모두 물이 스며들면서 실패했고, 결국 사업 중단과 함께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월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둘러보며 대곡천 암각화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목록 선정 협조 및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월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둘러보며 대곡천 암각화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목록 선정 협조 및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정치권 가세 선거때마다 단골 이슈 등장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 문제는 그동안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선거 때마다 대선 후보와 장관들이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해 보존 방안 마련과 울산시의 식수 문제 동시 해결을 내세우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약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민선 7기 출범 후 암각화 원형 보존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송철호 시장이 생태제방 축조안을 폐기하고 수위 조절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청도 운문댐 물 일부를 울산으로 가져와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는 암각화 보전해법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018년에는 '신(新) 유로변경안'이 대두됐다.

이후 지난해 9월부터 보존 방안은 다시 수문 설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수문 설치가 완료되면 태풍과 폭우 시 신속하게 댐의 물을 방류해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설치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보존 방안 마련은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결론적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은 보존과 물 문제 해결이라는 현안이 상충되는 바람에 현재도 여전히 표류 중이다. 그러는 동안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 정도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반구대 암각화를 일단 물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가장 좋은 보존 방안은 어쩌면 '가장 빠른 보존 방안'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수 천 년 세월의 풍파를 혼자서 견뎌온 반구대 암각화지만 또 다시 수 천 년을 이어갈 인류의 유산으로 남기 위해선 정부와 지역사회, 문화계와 학계는 물론 시선을 돌리지 않았던 시민들까지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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