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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소각재를 굴뚝으로 내보낼 때는 규제를 위한 오염배출량 기준이 있는데, 오염 물질이 굴뚝 밖으로 배출될 때는 기준이 없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폐기물업체에서 불이 났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폐기물에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 발암물질 등 인체에 유해한 각종 물질들이 무방비로 쏟아져 나온다. 지난주말 화재 사고로 울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울주군 폐기물 소각업체도 시커먼 그을음을 내뿜으며 그 위력을 증명했다.

그런데도 이를 포집해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측정할 수 없고, 이를 근거로 업체를 제재할 방안도 없다.

폐기물 업체는 원칙적으로 유독물질을 내보내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되기 때문이란다.

오염물질배출기준을 만들거나 이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두는 것은 언제든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본질과 어긋난다는 것이 관계 기관의 해석이다. 또 삽시간에 완전 전소되는 특성을 가진 폐기물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불 끄느라 난리통이 된 현장에서 배출물질을 포집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도 그들의 판단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지사'한 원칙이다. 그러나 또 달리 보면 너무나 '자가당착'적이기도 하다.
폐기물 업체의 화재를 엄격하게 규제할 근거부터 마련하고 경각심을 부여해야 무한반복되고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는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오염물질을 적시 확보해 처벌 강도를 높여야 가능해진다.

온 나라가 폐기물과 전쟁 중이다. 산업고도화와 환경규제 강화로 폐기물 소각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소각시설마다 가동률이 치솟고, 매립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중에 산처럼 쌓여가는 폐기물 더미 마다 불이 옮겨 붙고 있다.

더 이상 허가상의 본질 따위만 논하고 있기에는 우리가 떠안아야할 피해 규모가 너무 막대한 상황에 이르렀다.

허약한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늘고 있는 폐기물업체의 '화마(火魔)'를 잡기 위한 엄격한 규제가 뒤따라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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