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규명 애로에 고의 발화 의혹만 무성
실화 규명 애로에 고의 발화 의혹만 무성
  • 하주화
  • 승인 2020.01.13 00:58
  • 기사입력 2020.01.13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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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폐기물업체 잦은 화재 불구 처벌 극소수
5년간 19건 발생 1건만 행정 처분
포크레인이 뒤집으며 진화 불가피
대부분 원인 못찾고 자연발화 처리
유독성물질 다량 배출 대기오염도
걸리면 과징금으로 상계 소문 자자

울산지역 폐기물 업체에서 화재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 처분은 극소수에 그치는 등 행정규제는 겉돌고 있다. 막대한 대기오염피해가 지속되고 폭발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까지 우려되고 있지만 안전기준 위반에 의한 '업무상 실화'가 아니면 현행법상 '패널티'를 부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폐기물 화재의 경우 발화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워 대다수 쓰레기더미에서 자연발생한 단순 화재로 종결되고, 이 바람에 화재가 재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엄격한 제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 폐기물 종류 따라 관리관청 달라져
13일 울산시와 울주군,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폐드럼통 폭발 사고를 낸 울주군 온산읍의 A폐기물 소각공장에 대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현장조사가 14일 실시된다.


 시와 군은 이번 사고 경위 파악에 일체 개입하지 않고, 이에 따라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는다.


 폐기물 화재는 불이 붙은 폐기물의 종류에 관리관청이 나뉘어지는데, 지정폐기물(유류, 폐페인트 등)에서 불이 난 이번 사고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담당한다. 시는 폐비닐 등 일반폐기물 화재만 관할한다. 폐기물 소각업체는 시 소관이어서 폐기물재활용업체만 담당하는 군은 아예 손을 뗐다.


 폐기물 사고에 대한 통합관리시스템이 없다보니 매번 사고 경위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울산에서 대형사고가 나더라도 연락해주는 기관이 없다. 이번 폐기물 화재도 언론을 통해 뒤늦게 인지하게 됐고, 주말이 끝난 오늘에서야 부랴부랴 현장조사단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를 벌인다 해도 행정처분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폐기물의 특성상 부식과정에서 메탄가스 등에 의한 자연발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단순 화재만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보니, 관리기준을 위반했는지 또는 환경오염을 유발했는지를 세세하게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폐기물은 불에 잘 타기 때문에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모두 전소돼버린다. 발화점 조차 찾기 어려운 쓰레기더미에서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화재시 오염물질 배출 감시 근거 없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폐기물 업체의 화재가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제 A업체에서는 △2018년 2건 △2017년 2건 △2016년 1건 등을 포함해 올해까지 최근 5년간 6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 가운데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이 업체는 지난 2016년 12월 폐기물 보관창고에서 불이 나는 사고에서 관리 부주의가 밝혀져 2,000만 원의 과태료를 울산시에 납부한 바 있다.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폐기물 업체는 비단 A업체 뿐만 아니다.
 울산에는 시가 관리하는 폐기물 소각업체 5곳과 구·군이 담당하는 폐기물재활용업체 171곳(남구-20곳·북구-4곳·울주군-147곳)이 있다.


 총 176곳의 폐기물 업체에서는 최근 5년간 19건의 화재가 이어졌다. 연도별로는 2020년 1건, 2019년 5건, 2018년 5건, 2017년 4건, 2016년 4건 등이다.


 이들 업체에서 발생한 불이나 오인신고로 인해 소방력이 낭비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온산소방서 관계자는 "실제 신고 및 출동건수는 공식 화재사고로 집계된 횟수보다 많다"며 "폐기물 더미는 속불이 많기 때문에 화재진화시 포크레인을 동원해 뒤집어가면서 불을 꺼야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말했다.

# 자연발화되면 처리 비용 절감
잇따른 폐기물 화재는 유독성 발암물질을 대량 배출하며 대규모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지만, 불이 났을 때 공해 피해를 측정하는 시스템이나 오염물질 배출기준은 전무하다.
 폐기물업체는 원칙상 유독물질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배출기준을 만들거나 이를 측정하기 위한 포집절차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 기관들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폐기물 업체는 배출구를 따로 두고 이곳에서 오염물질을 걸러서 내보내는데, 여기서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초과하면 굴뚝원격감시체계(TMS)를 통해 감지하고 규제할 수 있다"며 "화재가 났을 경우 그을음과 유독가스, 발암물질 등 인체에 유해한 각종 물질들이 배출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합법적인 배출구 밖으로 유출되는 이런 오염물질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폐기물 업체에 대한 각종 규제가 겉돌면서 일각에선 반복되는 화재에 '고의 발화' 의혹이 수시로 제기되고 있지만 관계 기관에서 밝혀진 사례는 없다. 소각비용을 줄이기 위해 잔불을 내고 자연 발화 처리되면 운좋게 경비를 절감하게 되고, 들통이 나면 과징금으로 비용을 상계한다는 것이 업계의 소문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일단 폐기물업체에서 화재 사고가 생기면 소방이나 경찰쪽에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도 빼놓지 말고 조사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하고는 있다"며 "그러나 내부고발자 등이 없으면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 드러난 경우는 없지만, 정확히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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