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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혈전의 서막
철수회군이 돌아왔다. 강호의 신종 변신술로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 철수회군은 천하가 손바닥에 있었다. 약점은 단 하나. 강호 무림과 진검승부를 일합도 겨루지 않은 실전경험 부재. 몇몇 참모가 와대입성을 위해 한성수장을 움켜쥐고 아수라를 평정해야 한다고 간언했지만 한성 따위도 사사로움이라 여긴 그다. 철수회군의 무골권법과 철수신공을 익히 들은 원순좌랑이 강호에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다. 재야무림의 비결서가 자신의 안주머니에 있다고 기방나발통에 흩뿌린 원순좌랑의 술수는 적중했다. 재야무림의 비결서를 한성수장에 앉히면 지척인 와대입성은 조족지혈이라 여긴 철수회군이었다. 

미추홀 공항벌엔 칼바람이 불었다. 도망치듯 여의벌을 떠난지 한해 반이다. 벌써 8년 세월이다. 시골의생 경철나발과 견구진창 제동잡배와 더불어 청춘팔이로 이름 날린 시절, 참신권법은 천하만병 해독처방으로 강호를 압도했다. 그 여세로 무림대전에 무혈입성했지만 원순좌랑에 양보신공을 섣불리 꺼내든 것부터 패착이었다. 첫발이 엉키자 좌충우돌, 양산문공에 와대출입증을 헌납하고 원순좌랑에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그마저 일언지하 단교신검에 자상을 입었다. 지난 세월이 칼바람에 담겨 독침처럼 폐부를 찔렀다. 그래, 이제 철수신공은 접었다. 마지막 일합이다. 구라파의 덕국과 태평해 너머 아매리국에서 선보인 질주신공은 철수신공을 거두는 독존신공이었다. 결심이 서자 미추홀 공항벌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번에도 '유아독존 악충제거'가 화두다. 

교안대행이 미간을 찌푸렸다. 엊그제 형준합공에 우파통합의 육모박달을 쥐어줬지만 바미계파의 새보수계가 객사 확대를 요구하며 불참결의로 훼방잡술을 펼친다는 소식이다. 교안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국면이다. 형준합공이 간이막사로 지은 우파통합 군막은 허술했다. 일부에서는 우리공파, 태극부대, 언주신녀 모두를 끌어모아 우파대합을 이뤄야 사월대회전의 진검승부가 가능하다 고언하고 있지만 우파의 골 깊은 지분암수는 오지리의 절대명약으로도 치유불능이었다. 

묘수가 필요한 시점, 도읍검관과 선교충심이 새벽바람을 가르며 잠원사저로 들이닥쳤다. 친황대부 중에 사월대전 불참선언을 한 충숙공들이다. 강남좌랑의 법무대란이 한창이던 구랍부터 강호에 족보가 공개된 자나 암수가 들통 난 자, 전가비문의 교합술이 잡술로 퇴락한 자는 모두 불참선언에 동참하라 방을 붙였지만 이제 겨우 아홉이다, 영도무성과 금정세연 영우잠공, 상규판수, 성찬열공과 민봉학공, 상직초공이 이들이다. 천하좌방은 재인통부까지 힘을 실어 측근불참을 종용하고 있는데 지존우방은 기반 잃은 잔당들만 불참통곡에 나선다는 읍소도 들린다. 

잠원사저에 들어선 도읍검관은 결기를 보였다. "형오대부를 공관대장으로 영입하는게 비책입니다" 선교충심이 거들었다. "형오대부는 순실잡녀의 농단잡술 이후 우파독설의 상징문이 됐지만 강호중립문파들의 존경지수를 상당부분 확보 중이니 검술출전 선수선발의 자격대장으론 적합하다고 봅니다" 도화장이 새겨진 찻잔을 한참 음미하던 교안대행이 입을 열었다. "전권요구가 전제라 들리는데 후한은 어찌하겠소" 그제야 도읍검관의 안색이 밝아졌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형오대부의 살생전략이 주효하면 교안대행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전권은 마지막 도장술로 안전장치가 됐으니 춘삼월 남풍발원 때까지만 활인공검으로 부상하면 그만입니다" 선교충심은 질근 눈을 감았지만 교안대행은 슬쩍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형오대부의 공관대장 임명거사가 진행됐다.  

형오대부의 일성은 예상대로 명정했다. 살생전략 삼대원칙이 공표됐다. 첫째가 경제신공, 둘째는 안보신공 마지막이 참신신공이었다. 꼰대부류와 계파잡당, 비리잡부는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고 이를 어기면 단칼권법으로 단두비검을 날리겠노라 비장문을 걸었다. 첫 반응은 훈풍이다. 전날 재인통부가 원단단배식에서 강남좌랑에 대한 총애의 심사를 토로하자 우성나발의 일제포격이 요란했다. 문제는 재인통부의 강남좌랑 총애전갈에 천하좌방의 핵심참모까지 술렁였다는 사실이다. 여기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와중에 드런대공과 연통 없이 북극지 유람단 모집을 선언한 것도 실책이었다. 어쩌면 이모든 실책은 서초벌에서 벌어지는 검법대란의 향방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판관추녀의 야인시절 이름은 대구추녀다. 추녀를 강남좌랑 수습대역으로 지목하자 대구추녀는 판관추녀로 변신했다. 정유년으로 돌아가 보자. 신친문 오방의 첫 거사로 등극한 대구추녀는 비문일색인 자신의 당권장악 뒷배가 문중 댓글부대에 있음을 잘 알았다. 비결을 눈치 채자 방장방에 '신친문 오인방'의 걸개 초상을 걸어두고 당시만해도 양산문공이던 재인통부(在寅統夫)에 전서구를 띄웠다. 와대입성. 네글자였다. 그 연줄이 판관추녀의 등극으로 이어지자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암수석열의 감찰신공을 잡을 비책이었다. 인사협공. 강호에서는 비열한 잡술이라 폐기처분했던 암수였지만 감찰무계에선 졸개세력이 없는 추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인사잡술의 비결에 서명하는 추녀의 손끝도 파르르 떨렸다. 수족을 자르고 감찰방의 문하를 갈라놓으면 암수석열의 기세는 일단 잡히리라는 계산이다. 성범강골과 찬호열검을 외지로 귀향보내고 수족잔당 여럿의 보검을 압수한뒤 낙향과 유배로 정리했다. 일단 선방의 효과가 있으리라는 믿음이 깔린 책략이었다. 

암수석열은 성범강골과 찬호열검의 눈빛을 응시했다. "감찰은 죽어도 감찰일 뿐, 강호의 여론이 정공법에 있다. 우리는 과거에도 상처를 자양분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소줏잔이 일배를 더하자 찬호열검의 안광이 번뜩였다. 와대외박시절 국정댓글 감찰 당시 정면도전 신공을 사용한 죄로 지방한직을 전전한 암수석열 아닌가. 그때마다 사표급소를 찌르고 싶었지만 와신상담 굴욕신수를 갈고 닦은 그다. 

판관추녀가 강골 암수석열의 대항마로 내세운 자는 성윤후객이다. 오랜 세월 감찰방의 비주류로 우파집권 시절 차별잡술의 설움을 누구보다 강하게 견딘 자다. 때가 왔다. 문파 직계 선배인 재인통부가 와대입성을 성취하자 감찰방의 비단길이 그에게 깔렸다. 감찰식솔의 비리성향을 속속 들여다본 감찰수장에서 곧바로 중앙감찰방의 방장을 꿰찬 그다. 이쯤 되자 감찰계에선 강남좌랑 감찰수사 이후 무림연수원 동기인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보고 있다. 

김진영 이사.편집국장

성윤후객이 누군가. 강남좌랑 감찰수사 국면에서 암수석열 배제 신공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암수석열 역시 와대가 첫인사로 성윤후객을 중앙감찰 방장에 앉히려 하자 극렬히 반대했던 과거사가 있다. 문제는 감찰방의 행동요원들이다. 성윤후객의 민첩처사에 좌불안석이던 요원들은 이대로 가면 암수석열계 행동요원 수십은 수족이 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밀리면 끝장이다. 와대의 울산방장 후사대전 의혹 사건을 다시 잡아 포도청 본청을 다시 뒤졌다. 운하 찰방도 불렀다. 그 뿐이 아니다. 와대가 완강히 거부하는 비선라인 압수수색도 재차 시도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곧 이어질 감찰방의 행동대장급 인사협공이 가시화되면 와대수사는 공염불이다. 암수석열은 북쪽 창을 닫으며 신음처럼 내뱉았다. "제구포신(除舊布新)하자는 자들이 결국 도행역시(倒行逆施)하는 형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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