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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외국 석학들이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찾아 관심있게 암각화를 살펴보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외국 석학들이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찾아 관심있게 암각화를 살펴보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지난해말 '반구대 암각화' 명칭 변경 재추진
심의·현지평가 등 거쳐 2023년께 확정 전망
등재땐 국제적 지명도 높아져 관광 등 이점
지역 공동체 참여 보존안 다각도 모색 절실


암각화의 바람직한 보존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암각화 보존 모니터링과 유적지 개방 시 방문자 관리, 주변 지역의 생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개발 등 다방면의 관심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와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보존방안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암각화의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이고 있다.  
 
# 올해 2월 안에 우선등재 여부 결정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포함한 '대곡천 암각화군'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잠정목록은 세계문화유산이 되기 위한 예비목록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최소 1년 전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유산에 대해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지 10여년 만인 지난해 말부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향한 발걸음을 다시 내딛고 있다. 지난해 12월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대곡천 일대의 인문·자연경관을 포함한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등재 여부는 올해 1~2월 중 문화재 위원회(문화재청) 심의,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현지조사 및 평가, 세계유산위원회 정기 총회 심의 등의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세계문화유산등재는 우선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린 후 등재 후보로 선정되는 데까지 대략 4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별다른 문제없이 2020년 우선등재 목록 선정, 2021년까지 보존 관리 방안 마련과 신청서 보완 등이 진행된다면 2022~2023년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및 등재 확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태풍과 집중호우 때마다 매번 침수돼 훼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태풍과 집중호우 때마다 매번 침수돼 훼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문화적 전통 등 보편적 가치 규명 박차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특정 나라나 민족을 떠나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세계유산이 위치한 지역의 공동체 및 나라는 문화 자긍심이 고취되고 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함으로써 유산의 훼손을 막고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지면 관광객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 기회, 수입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고,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산이 지니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코모스는 OUV를 입증할 세부 기준으로 암각화 표현물의 우수성, 문화적 관계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돼야 한다'는 내용은 대부분 암각화 유적세계유산 등재에 빠짐없이 적용된 항목으로 특히 중요하게 손꼽힌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을 담고 있는 암각화 △선사시대 해양어로 문화를 수준 높은 표현력으로 반영한 걸작품 △2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그림을 담고 있다는 점 등에서 OUV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울산박물관에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담 학술팀'을 구성,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OUV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등재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등 등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우선등재 목록 신청 과정에서는 잠정목록 등재 당시 사용했던 기존의 '대곡천 암각화군'이라는 명칭 대신 '반구대 암각화'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 유산인 '반구대 암각화'를 명칭 전면에 내세우고, 천전리 암각화와 반구대 명승지 등은 구성요소로 기재한 것이다.
 
울산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명칭 변경은 이코모스 관계자와의 논의에서 자문을 받은 것으로 '대곡천 암각화군'이라는 명칭은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 등 2개의 암각화를 표현하기에 적절치 않으며 대곡천 일대의 '대곡'이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이후 등장하고 있는데 반해 그 훨씬 이전부터 '반구'라는 명칭이 쓰여 온 점 등을 고려해 명칭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태화강 선사유적인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태화강 선사유적인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 울산시민단 발족 6월까지 홍보대사 활동
일반적으로 등재 신청 과정에선 지역 공동체가 함께 참여해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지난해 7월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시민운동이 본격화됐다.
 
'울산시민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직된 이 단체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일대 이해 및 홍보 활동과 주변 모니터링, 환경 정화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시민단은 반구대암각화팀, 천전리각석팀, 역사사랑팀 등으로 구성돼 오는 6월까지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한다.
 
시민단의 활동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염원 및 분위기를 확산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지역주민과 관련기관들의 협조다.
 
십 수 년 간 보존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훼손이 반복되고 있는 암각화를 울산시와 시민부터가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전 세계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테다.
 
때문에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 세계인에게 가치를 인정받기에 앞서 더 많은 울산시민이 유산의 높은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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