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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작한 연말 불우이웃 돕기 모금 행사가 울산의 경지침체를 그대로 반영하듯 꽁꽁 얼어붙었다고 한다. 울산 시청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좀처럼 수은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지역 특성상 기업기부 의존도가 높지만 조선업 불황 등으로 지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법인모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사랑의 온도탑이 16년 만에 목표액을 달성 못 할 위기에 노이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제 모금활동 완료 시점도 불과 10여 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방위적인 모금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모금액은 48억 원으로 나눔목표액인 70억4,300만 원의 68.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모금액인 57억8,000만 원보다 9억8,000만 원이 부족한 상황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번 캠페인 나눔목표액은 70억4,300만 원으로 올해 경제적인 상황을 반영해 전년도 캠페인 실적이 동결된 금액이다. 

캠페인은 오는 31일까지 완료되는데, 현재 모금액을 충족하기 위해선 하루 모금액이 1억 원 이상씩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연말 이후 새해부터는 나눔 분위기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목표달성은 어렵다는 게 이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사랑의 열매는 지난 16년간 매년 연말연시 이 나눔캠페인을 진행해왔는데,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기부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참여 기업은 소폭 늘었으나, 총 기부금액은 줄었기 때문에 울산에 통 큰 기부가 줄어들었다. 울산은 기업기부가 전체 모금액에 70%가 이상인 지역으로 기업체의 실적악화가 장기화돼 나눔온정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다는 분석이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지난 2018년도 3명에서 4명이 더 늘어 총 7명이 가입해 온도를 높이는데 한몫했으나, 전체적으로 개인기부자 수가 3,000명이 줄었고, 기부금도 1억 원 이상이 줄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울산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타 지역의 기부상황도 좋지 않다. 중앙회를 비롯해 지난 16일 기준 나눔목표액 대비 80% 이하를 기록한 지역은 서울, 부산, 울산, 강원, 충남, 경남 등 6곳이며, 이 중 60%대 지역은 울산을 포함해 부산, 강원 등 3곳이다. 특히 울산은 조선, 자동차 산업의 실적 저조와 맞물려 지역경기가 침체된 것도 원인 중에 하나로 들고 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산업도시 울산의 장기적인 경기불황 여파가 온도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독지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부탁드리며, 비록 개인과 기업 모두 사정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온정이 손길이 필요한 울산 지역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이야기처럼 장기불황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불과 10여 일 남은 모금기간 동안 나머지 기부금이 모일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전국적으로 공동모금회를 찾는 창구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위안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전국적인 상황이 어렵다 해도 울산에서는 16년의 전통이 깨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지금 기부행렬이 줄어든 것은 경기부진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들면 이웃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경기 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마음도 각박해졌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상황은 좋지 않다. 실물경제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이웃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대로 가면 목표액 달성은 어렵다는 게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목표 온도 100도를 초과해 울산시민의 사랑이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온도탑 수은주는 공동모금회가 모금된 이웃돕기 성금 액수에 따라 사랑의 온도를 높여 울산시민에게 '이웃사랑'의 현황을 눈으로 보이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전국 최고의 소득을 자랑하는 울산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하루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극빈층이 널려 있다. 특히 부모의 버림을 받은 어린이나 돌볼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우리 주변에는 이웃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 곧 설날이다. 실물경제의 위기와 구조조정 바람이 이웃에 대한 주위의 관심까지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맞아 그래도 우리에게는 어려울수록 힘을 보태는 오래된 전통이 되살아 나길 기대한다. 우리의 오랜 전통이 되살아나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만큼 우리 사회의 훈훈함이 전해지는 설 명절이 되길 희망한다. 그런 분위기가 이어져 소외된 이웃들의 얼굴에 넉넉한 미소가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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