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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그림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그림, 민화를 재미있는 판타지로 풀어놓은 책 '민화를 쫓는 아이'에는 용을 꿈꾸는 잉어, 어변성령도,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십장생도, 새해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그림 천계도 등이 나옵니다.


그런데 민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그림을 탈출해서 큰 사건이 일어나지요. 붓의 주인인 하은 옆에 마음씨 좋은 백호가 종이호랑이로 변신해서 하은과 여행을 떠나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림 속을 탈출한 동물들을 다시 그림 속으로 불러들이기 위함이지만 그 속에는 아이들의 지치고 힘든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고민이 있거나 꿈을 이루고 싶을 때 민화를 가까이 두고 소망을 빌었다고 합니다. 요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해보고자 하나 주변 상황이 따라주지 않고, 지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요.


옛날처럼 민화라도 있으면 작은 소원이라고 빌어서 마음을 편하게 가져도 좋을 테지만 요즘은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어요.


조선 시대에 민화는 국가기관인 도화서에서 왕이나 나라를 위해 도화서 화원이 그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서민들이 집안을 장식하거나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오기 위해 민화를 그렸다고 하지요.
꼭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도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그려서 내 방을 장식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손때가 묻은 그림이니 나에게 좋은 복을 가져올지도 모른답니다.


문배도는 용과 호랑이가 자주 등장하며, 복을 불러오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정월 초에 대문에 붙인다고 합니다.


또 어변성룡도는 이른 봄 강물이 불어나 역류하면 늙은 잉어들이 물결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오르는데, 그중 한 마리가 폭포를 향해 훌쩍 뛰어오르며 천둥과 번개가 쳐서 잉어의 꼬리를 불태우고 용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이에 '등용문'이라는 용어가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하네요.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 그림입니다.


맹호도는 호랑이 그림인데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가 나쁜 귀신을 막아주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 새해 첫날이면 궁궐 문이나 서민가정의 대문과 창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여 잡귀를 쫓았다고 합니다.


십장생도는 불로장생,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기원하는 그림이지요. 가장 오래 산다고 여겨지는 열 가지인 해, 구름, 물, 산, 바위,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를 그렸는데 이것이 십장생도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려서 선물로 드리면 정말 좋아하시겠지요.
 

최미정 아동문학가
최미정 아동문학가

천계도는 닭은 새벽을 알리는 길조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이랍니다. 그래서 새해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그림으로 알려져서 새해, 대문이나 집안에 붙였다고 합니다.


'민화를 쫓는 아이'를 읽고 나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민화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새해에 읽을 만한 책으로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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