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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소비 경쟁력이 지역민들조차 외면하는 전국 최악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히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27일 내놓은 '울산지역 가계소비 유출입 현황'에 따르면, 울산의 역외소비율은 전국 최고인 반면, 소비유입률은 전국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으로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이 많으니 지역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한 셈이다.

원인은 유통업, 관광·외식산업, 의료서비스 등이 모두 낙후된 때문이다.

유통업의 경우 2015년 이후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인구유출과 성장세 둔화로 다른 지역대비 크게 위축된 상태다. 2015년~2018년 중 울산지역 도·소매업 생산증감률은 -1.2%로 전국 평균(2.7%)을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인구는 1.4%가 줄었고, GRDP 상승률은 0.1%에 불과할 정도로 경기 부진이 이어졌다. 2018년 울산지역 도·소매업 GRDP, 사업체 수, 종사자 수의 전체 산업 대비 비중은 각각 2.5%, 23.6%, 10.8%로 모두 5대 광역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울산의 소매업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업체 수가 부족하고 지역 내 이용자의 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또 울산의 연면적 1,000㎡ 이상 대형 소매업체 수는 인구 1만 명당 0.9개로 5대 광역시에서 가장 적고, 이들 대규모 점포 접근시간은 승용차와 대중교통·도보 각각 10.2분, 19.5분으로 5대 광역시 중 가장 길다. 대형아웃렛, 백화점 등의 부족은 울산지역 방문 관광객을 통한 소비 유입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울산은 5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대형 아웃렛이 없고, 백화점도 3개에 불과해 가장 적다.

울산의 관광산업도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울산 관광업 업체수는 465개, 매출액은 2,000억 원으로 모두 전국 평균(각각 1,946개, 1조5,000억 원)보다 낮고, 2017년 기준 울산지역 관광여행 횟수는 숙박과 당일 각각 1,027회와 1,575회로 전국 평균(각각 7,577회, 6,379회)을 크게 밑돌았다. 울산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낮아 추가적인 수요 창출이 어려움은 상태다. 울산지역 여행 만족도는 쇼핑, 음식·식당, 문화유산 등 모든 조사대상 항목에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관광객의 낮은 만족도는 재방문이나 추천 의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8년 울산지역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방문 및 추천의향은 각각 72.7점과 74.4점으로 전국(75.4점, 75.6점)과 5대 광역시(75.1점, 75.3점)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행지에서의 지출이 주로 음식점(39.2%), 교통(26.7%), 숙박(11.1%)을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울산지역에 대한 낮은 관광수요는 음식업, 숙박업 등 관련 업종의 소비 유입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외식산업의 낮은 경쟁력도 문제다. 울산의 외식산업은 최근 업황 부진 지속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울산지역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2016년 이후 60대 초중반을 지속하며 전국 및 5대 광역시 평균을 밑돌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층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부족 등으로 젊은 세대의 기호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어렵고,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울산지역 음식점의 화제성도 낮은 편이다.

낙후된 전문 의료서비스도 자금의 역외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울산은 의료서비스 인력, 장비 등 의료인프라가 부족해 중대질환 자체충족률은 61.6%로 5대 광역시 평균(68.6%)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대학병원이 지역에 있지만, 의료인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고, 중대질환을 다루기 위한 전문의가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진단·치료를 위한 특수의료장비나 의료시설 수도 5대 광역시 중 가장 적다. 울산의 인구 100만 명당 특수의료장비 수는 약 509대로 5대 광역시 평균(670.6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대질환 환자의 입원 가능한 격리병실 및 무균치료실의 병상 수는 인구 100만 명당 약 174개로, 이 역시 5대 광역시 평균(261.5개)을 밑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한 향후 과제로 대형 유통업체의 적극적인 유치와 전자상거래 인프라 구축, 전통시장 경쟁력 제고 등의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또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KTX 울산역과 주요 관광지를 연계하는 교통망을 확대하고, 인근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관광상품 개발, 특색 있는 음식점 발굴 및 지원, 의료서비스의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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