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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에서 영원한 동지도 없고 적도 없다'는 말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박맹우 국회의원.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분명 '동지'였다. 자유한국당에서 한솥밥 먹던 중진 정치인으로서 당시 시장-남구을 국회의원 자리를 '맞바꿈' 했던 김기현 전 시장과 박맹우 의원이 2020년 총선에서는 '맞대결'하게 됐다. 두 사람이 서로의 가슴에 칼끝을 겨누고 있는 '적'이 된 셈이다. 

 

이번 4·15 제21대 총선에서 정면 충돌하게 된 김기현 전 시장과 박맹우 국회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장-남구을 국회의원 자리를 '맞바꿈' 할 정도로 6년 간 자유한국당에서 한솥밥 먹는 동지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김 전 시장이 울산 현역 국회의원인 박맹우 의원을 비롯 정갑윤 의원, 이채익 의원과 함께 한목소리로 '제7대 지방선거에서 수사를 빙자한 관권선거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이번 4·15 제21대 총선에서 정면 충돌하게 된 김기현 전 시장과 박맹우 국회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장-남구을 국회의원 자리를 '맞바꿈' 할 정도로 6년 간 자유한국당에서 한솥밥 먹는 동지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김 전 시장이 울산 현역 국회의원인 박맹우 의원을 비롯 정갑윤 의원, 이채익 의원과 함께 한목소리로 '제7대 지방선거에서 수사를 빙자한 관권선거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 김기현-17대 이후 내리 3선 역임
29일 김 전시장의 '정치적 고향 남구을 출마 선언'으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선거구 '울산남구을'을 놓고 김 전시장과 박 의원이 정면 충돌하게 됐다.
한국당 내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할 두 사람의 역학관계가 주목된다.
김 전 시장은 지난 2004년 울산 남구을에서 첫 국회의원 당선된 후 내리 3선 의원을 지냈으며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이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낙선했다. 지방선거 재선에 실패 후 두문불출 하다가 최근 청와대 울산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정계 복귀를 시도하는 상황. 한때 중구 출마가 유력했으나, 김 전 시장의 선택은 '남구을로의 회귀'였다. 

# 박맹우-3선 시장 막바지 국회로
박 의원은 2002년 울산시장에 당선한 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울산시장 임기를 3개월 앞둔 지난 2014년 3월 말 시장 직을 사퇴하고 당시 김기현 의원의 울산시장 출마로 빈자리가 된 남구을에 출마, 그해 7월 열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 여의도에 입성했으며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는 당 사무총장을 거치면서 당 내 중량감은 중진의원 못지않은 공천을 '따놓은 당상'이라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처럼 총선을 앞둔 시점에 한국당 울산지역 유력 정치인 2명이 정면 대결에 나서는 상황이 되자, 당장 당내 세력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 2014년 시장-국회의원 자리바꿈
한국당 울산남구을당협은 이날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김 전 시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남을당협 당직자와 박 의원 지지자 50여명은 "김 전 시장의 행적을 보면 총선 출마를 놓고 중구냐, 남갑이냐, 남을이냐 끊임없이 저울질 해오다가 중구의 반발에 돌연 남을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 자리가 개인 전유물인 것처럼 유불리를 따져가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행태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김 전 시장의 울산총선 출마는 전혀 명분이 없음은 물론 오로지 자신의 야욕과 영달을 위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 남을당협 김기현 불출마 촉구
이들은 "지난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 중 하나가 소위 하명수사 때문이라고 시장선거 패배에 본인 잘못이 없었던 게 아니다"며 "선거 패배에는 시민 마음을 얻지 못한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은 커녕 지역구를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총선 출마를 저울질 하면서 꼼수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시장에게 "명분없는 울산총선 출마를 접고 다음 시장 선거에 나가 본인의 명예 회복하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구을에서 전·후 시장간 진흙탕 싸움이 전개된다면, 시민들의 혐오로 지역구 선거를 망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자유한국당 우파 대통합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임도 이날 김기현 지지·박맹우 반대하는 입장의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당내 사정을 고려해 보류했다. 
김 전 시장의 정치적 고향으로의 회귀라는 승부수가 먹힐지, 박 시장의 황심(친황교안)을 등에 업은 사무총장으로서의 역량이 통할지, 결국 선택은 한국당과 유권자의 몫이 됐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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