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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똑딱 구부려주면 빛이 나옵니다~" 

원도심 야간 골목 투어를 위해 준비된 작고 빨간 야광봉을 건네받고 아이처럼 신기해하며 매만지는 사람들을 보며 야행(夜行)에 대한 설렘이 커져갔다. 

울산 중구 중앙동행정복지센터는 작년 9월부터 학성동과 동간 마을교류사업을 추진해왔고, 그 사업의 일환으로 '야행(夜行) 원도심이야기로 탐방'을 진행했다. 나는 원도심 골목투어에 참여하여 조그만 야광봉을 한 손에 들고 어둑해진 골목길을 함께 걸으며 길 이름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생각없이 거닐던 골목들이 새삼 달리 느껴졌고 한 군데도 허투루 보고 넘길곳이 없었다.

중구는 원도심의 쇠퇴를 고민하다 원도심 골목마다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이를 토대로 골목길을 정비했다.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소개된 안내판과 밝은 조명, 눈길을 끄는 디자인 등을 이용해 말끔하게 정비해 화려했던 원도심의 옛모습은 아날로그 감성이 넘치는 골목길로 재현되었다.  

일제강점기에 '타향살이'란 곡으로 사랑받았던 가수 고복수 선생을 기리는 '청춘고복수길'은 멋들어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고복수 선생의 동상과 당시 공연모습을 담은 사진, 벽화 등으로 골목길을 수놓았고, 1970~19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성공과 좌절을 맛본 울산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똑딱길'은 익살스럽고 아기자기한 그림의 타일 벽화로 골목 담장이 채워져 있다.  이외에도 '맨발의청춘길', '읍성길', '큰애기길' 등 원도심의 역사와 이야기를 볼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다.

보통 원도심이라고 하면 예전엔 부흥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곳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쓸쓸함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모든 원도심은 그 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낙후된 원도심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활력을 불어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중구 원도심이 골목길 정비를 통해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가 되어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골목길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하여 곳곳의 숨은 명소를 함께 즐기며 그 곳에 스며든 삶의 흔적을 따라가 볼 수 있는곳. 원도심의 과거를 함께 해온 이들에게는 추억 여행을, 요즘 세대들에게는 원도심의 과거를 잠시나마 들여다 볼수 있는 시간여행을 선물해주는 곳. 이렇게 매력적인 중구 원도심 골목길이 울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울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울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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