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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동시집은 푸른동시놀이터 앤솔리지 제3집 '매미가 고장났다고?'입니다.
43명의 시인들 시가 담긴 종합선물 세트 같은 시집이랍니다. 어떤 시는 새콤달콤하고 어떤 시는 말랑말랑하고 어떤 시는 사이다처럼 톡 쏘지요.

나무야

김양희

나무야, 일요일에
무얼 하며 지내니?

아침을 물고 온 새가 고막을 두드린다.

나무도
놀러 가고 싶겠지.
담장을 넘고 싶겠지.

나무도 바랄 거야.
안심하고 뻗을 각도

세상은 상상한 대로 굴러가고 있는 걸

나무야
꿈꾸는 미래로
핸들을 확 돌려 봐.

나무를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한자리에서 꼼짝 못 하는 나무에게 꿈꾸는 미래로 핸들을 확 돌려보라는 말은 얼마나 역동적인지요. 어쩐지 나무가 담장을 넘고 도로를 건너 세상 구경을 떠날 것만 같습니다.

풀려라 겨울

김수희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겨울이 꽁꽁
묶어 놓은 날씨를

봄이 어디선가
살살 풀고 있나 보다

사르르
사르르
다 풀고 나면

얼어 있던 봄꽃들 품고 오겠지
묶여 있던 나비 떼 몰고 오겠지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올 겨울은 추운 날보다 따뜻한 날이 더 많았습니다.
몇 주 전 제가 사는 집 근처 수변공원을 걷다 활짝 핀 수선화를 보았습니다. 처음엔 한 두 송이 핀 꽃들을 보며 기쁜 마음으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햇볕이 따뜻한 곳은 대부분의 수선화가 활짝 피었더군요.
어여쁜 꽃들이 반가웠지만 마음 한구석 봄꽃이 벌써 피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겨울은 날씨를 꽁꽁 묶어 놓았다고 표현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장군이라 불리던 겨울은 누구에게 그 힘을 빼앗겨버렸을까요?
아직 겨울이 끝난 게 아니니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벌써부터 날씨는 사르르, 사르르 풀려 봄은 성큼성큼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습니다. 날씨가 고장 난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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