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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한파' 영향으로 기업 기부가 줄어들면서 울산 '사랑의 온도탑'이 17년 만에 100도 달성에 실패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희망 2020 나눔 캠페인'(2019년 11월 20일부터 2020년 1월 31일까지)을 마감한 결과 올해는 모금 목표의 90%만 채운 채 마감했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는 70억4,300만 원이다. 울산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사랑의 온도탑 100도를 달성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기부 감소가 꼽힌다. 올해 기업(법인) 기부액은 42억 원가량(30일까지 누계 추정치)으로 지난해 49억2,000만 원보다 7억2,000만 원(14.6%)이나 줄었다. 반면, 개인 기부 올해 추정액은 12억 원가량으로 지난해 11억7,0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고, 각종 단체나 모임 등이 낸 기부금 추정액은 9억 원가량으로 지난해 9억4,000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해 개인 기부 실적도 저조했다가 개인 고액 기부자(아너 소사이어티) 5명이 탄생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으로 회복했다"며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기업 기부액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 주력 업종인 울산은 조선업 침체 장기화와 지난해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업계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마감일 하루 앞두고 100도를 상향하는 수치를 기록한 반면 올해는 작년과 동일 모금액으로 캠페인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모금을 마쳤다. 

이 캠페인은 전체 17개 시·도에서 같은 기간 진행했지만 경남과 대구, 인천, 대전, 충북, 전북 등 울산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도 모금 목표를 달성했다. 부울경 지역의 경우 부산과 울산은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경남의 경우에도 한 주 전까지 미달이 우려됐지만 막판에 기부가 몰려 100.5도를 달성하기도 했다. 부울경의 경기침체가 잘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부울경 상공계 관계자들은 "부울경의 경우 경기회복의 정상 도달 수준이 심각하다"면서 "조선, 자동차 산업이 이 3곳에 몰려 있는데, 실적이 저조하니 지역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 생활권·기업체 또한 3개의 지역이 맞물려 있다 보니 한 지역이 침체되면 다른 곳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분석했다. 

공동모금회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액 기부자, 기업체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막판에는 목표액을 90도로 낮추는 고육지책을 펴기도 했다. 이번 캠페인이 결국 목표 미달로 마무리된 것은 무엇보다 기업의 고액기부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장기 기부를 자처한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경기 불황의 여파로 줄폐업을 하게 되면서 나눔 캠페인에 대거 탈퇴한 것도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모금회 관계자는 "대부분 장기 기부자들이 기부를 끊는 일은 잘 없다. 그러나 2017년 말부터 경기가 서서히 안 좋아지더니 2019년도에 정점을 찍으면서 장기 기부를 대거 해제했다"면서 "특히 기부자들 중 영소상인분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기부가 뚝 끊겼다. 또 기업체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기부해달라는 연락을 취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번 미달사태로 당장 올해 지역 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될 배분액이 줄어드는 것이 무엇보다 큰 걱정이다. 지난해 공동모금회가 배분한 금액은 연간 모금액 등을 합쳐 131억 원으로, 개인 1,600명, 사회단체기관 5,000곳에 돌아갔다. 대상자는 대개 차상위계층으로 정부에서 지원을 못 받는 분들인데,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던 공동모금회의 나눔 캠페인이 주춤하면서 도움의 손길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울산의 사회복지시설들은 지금도 간절히 이웃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겐 겨울이라는 계절이 혹독하기만 하다. 고난을 극복해 보려고 발버둥 쳐도 좌절하기 일쑤다. 공동체 세상이라면 이웃의 울분을 쓸어주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베풀어 본 사람은 '돕는 행복'을 말한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사랑을 나누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했지만 울산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이나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을 더 각박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 시설에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보다 훈훈한 온기가 흐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비록 공동모금회의 온도탑 행사는 마무리됐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나눔의 정신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남은 겨울 동안 좀 나은 사람들의 이웃 사랑, 많은 기업들의 사회적 이윤환원 등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행사를 위한 기부가 아니라 진정으로 이웃을 돌보는 나눔의 정신이 실현되는 울산의 겨울나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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