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 기밀감찰, 한성 신문로에 붙다
울산발 기밀감찰, 한성 신문로에 붙다
  • 울산신문
  • 승인 2020.02.13 21:05
  • 기사입력 2020.02.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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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정치무협-경자무림대전] 전국방총림열전 3.

#교안대행의 결단, 팔방조풍(八方條風)은 불까
육전거리에 입춘서설이 내렸다. 교안대행의 미간이 모처럼 밝아온다. 전날 형오대부와 피맛골에서 나눈 의기합주의 주독에 모공이 송연했지만 주르륵 흐르는 땀방울이 차라리 결정을 재촉하는 듯했다. "의금상경(衣錦尙絅)이라 했소, 비단옷은 드러내지 않는 법, 종로를 밟지 않고 와대입성은 망상일 뿐, 낙엽총부를 누를 비수가 한두 개가 아닌터에 무얼 주저하시오" 형오대부의 전날 목청은 쩌렁쩌렁했다. 급히 도읍검관을 불렀다. 잠원사저에 삼자가 마주했다. 선교충심은 며칠째 새벽같이 잠원사저로 달려오는 결기를 보이는 중이다. 

"별동대장은 제게 주십시오. 지존우파의 방계지류는 제가 맡아야 재야문파가 모여들 수 있습니다"

선교충심의 눈가에 또 혈누가 비쳤다. 충심이다. 와대외박을 감찰옥사에 보낸 후 연일 비통지탄으로 새운 뒤 치유불능의 안구합병증에 붉은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춘사월 무림대회전의 총점계산법이 바뀐 뒤로 지존우파의 방계막사를 세우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참가만 하면 점수를 주고 깃발수가 많으면 무림정문의 입단증을 주는 새로운 계율의 첫 대회다. 벌써부터 방계지류의 규모가 커질 조짐이다. 입신훈현이 장자방을 자처했다는 도읍검관의 보고에 고무된 터에 이제 선교충심의 청탁까지 쇄도하니 방계막사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종로 이후 아닌가.

도읍검관이 엽차 한잔을 마신뒤 마대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詩云, 潛雖伏而 亦孔之昭. 故君子, 內省不求 無惡於志. 君子之所不可及者, 其唯人之所不見乎(고군자 내성불구 무오어지 군자지소불가급자 기유인지소불견호)"

"어제 가야총림 무율거사께서 전서구로 올린 비첩입니다. 묘(卯)시전에 교안대행수께 전해야 한다는 단주가 적혀 있었습니다" 시경의 한 구절이다. "잠겨서 비록 엎드려 있지만 그 또한 매우 엎드린 것만은 아닌 것, 안으로 되새겨도 병 되지 않고 떳떳해야 하니, 미칠 수 없는 곳은 오직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일 뿐" 시경의 한 구절이 끝이 아니었다. 글귀 마지막에 붉은 도장으로 '지풍지자(知風之自)'라고 찍었다. 

"음…" 교안대행이 눈을 감았다. 결국 지풍지자란 말인가. 형오대부의 마지막 말도 의금상경(衣錦尙絅)이라 했는데 입춘서설은 그냥 내리는 게 아니란 말인가" 무율거사. 초파일 합장거부 사건 이후 가야산을 찾아 석고대죄한 뒤 곁을 얻은 불가의 대부다. 무율거사는 교안대행의 어깨죽지를 세차례 죽비로 내리치고 사부대행을 승락했다.  

육전대회전의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한 것이 동지 무렵이다. 바야흐로 광막풍(廣莫風)이 불어 광화벌에 서리가 내릴 기세였지만 경자원단의 북풍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동북방에서 조풍(條風)이 불어오면 입춘이다. 명서풍(明庶風)으로 가는 길목에 무림대회전이 있으니 잘만 견디면 청명하풍으로 기세를 바꿀 수 있다. 바로 오늘이 조풍(條風)의 첫 바람이 부는 날 아닌가.  무릇 조(條)는 생명이 끌어내는 기운이다. 여덟 방향의 바람이 일어나야 싹이 트는 법. 그 시작이 조풍 아닌가. 비단옷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교안대행이 도읍검관에게 출사표 작성을 명했다.
 
육전거리가 있는 종로는 어떤 곳인가. 무림대회 때마다 와대입성의 교두보로 여겨진 심장 아닌가. 이십여 회의 무림대회마다 종로를 잡은 마방이 결국 여의총방에 마방의 걸개를 걸었던 풍향계다. 무엇보다 종로 육전을 장악한 자가 와대입성으로 이어진 일은 이제 무림의 전통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시절을 살펴보자. 보선대부가 종로에서 내리 세 번을 무림지존으로 등극했고 가까이는 명박외통이 경제신검을 휘둘러 단숨에 육전거리를 장악한 일도 있다. 

와대외박이 순실잡녀와 농단잡술로 세월을 보내는 뒷담화가 까발려지기 전, 종로 육전거리는 몇차례 무림거사들의 도장깨기가 성행했던 곳이다. 지존우파가 천하좌방에 먹히기 전, 공평배급술과 공정배급술이 일합을 겨룰 시점에 세훈혈기가 오지랖술을 너무 빨리 꺼낸 든 곳이 종로다. 세훈혈기가 한성마방의 방장에서 파문을 당하고 절치부심 육전거리에 홀로 서서 천하좌방의 표퓰잡술과 일전불사를 외칠 때, 그 상대로 나선 자가 바로 지금 재인통부의 오늘팔 삼청세균이다. 삼청세균의 총리대부 등극으로 종로는 무주공산이 됐고 그 빈자리를 재빨리 꿰찬 자가 천하좌방의 맏형격인 낙엽총부였다. 호시탐탐 종로입성을 노리던 종석비객이 와대입성을 접은 것도 낙엽총부의 종로이첩이 가시화되면서부터라는 설이 떠돌았지만 언필칭, 종석비객의 무림마방에는 강호에 전설로 남은 무림비서들이 즐비하다는 이야기가 여전해 아직은 두고볼 일이라는 풍문이다.   

입춘서설이 햇살에 녹아내린 시간, 교안대행은 좌우나발을 포진한채 무림대회 결전지를 발표했다. "나 교안은 춘사월 무림결전지로 종로 육전거리를 택한다. 종로는 '무법왕 재인통부'가 버티고 있는 와대의 길목이다. 그 길목에 나 교안이 지존우파의 백년비술을 펼쳐 종로민초들의 심중에 숨은 보수유전자의 싹을 틔우겠노라" 광막풍(廣莫風)을 팔방조풍(八方條風)으로 물리치겠다는 출사표다. 결국 천하좌방과 지존우파의 방장격인 총사출신 두 검객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문제는 입춘 이후 확산되는 중원발 골로납균의 창궐이다. 경자년 벽두부터 천하가 골로납균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이다. 골로납균의 창궐은 전광석화다. 중원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천만강호 우한이 이미 초토화 됐다. 잡균의 창궐조짐을 보일 시점, 아매리국 드런대공과 족발왜국 아배신공은 결탁한 듯 천공수송선을 띄워 강호식솔을 거둬들였지만 재인통부의 대처는 한발 늦었다. 강호여부들의 절대지지가 흔들린다는 급보도 이 무렵에 돌았다. 매르섭균 창궐 이후 와대외박의 지지층이 급전직하 한 것이 좋은 예 아닌가. 문제는 골로납균이 아니라 무림을 기반으로 하는 시중경제의 추락이다. 가뜩이나 북풍한설에 고립무원이던 강호백성들이 춘풍에 경작신공으로 부활경제를 희망했건만 난데없는 중원발 골로납균으로 고립무원될 처지다.  

여기에 판관추녀의 과잉대응이 구설에 올랐다. 판관추녀가 감찰인사를 단행한 이후 감찰동일체(監察同一體) 원칙은 감찰방의 전설일 뿐인데 여전히 상명하복의 잡술이 감찰조직에 살아 있다며 떨치고 일어나라는 하명을 내리자 감찰방이 뒤숭숭해졌다. 말단감찰조차 암수석열에 대한 저항급술을 펼치라는 주문이었지만 암수석열은 "감찰의 본분에 충실하라"며 기본합술과 정법정공법의 겨루기를 주문하고 나선 셈이었다. 그 대척점이 울산방장 후사대전 밀서공개로 이어졌다. 와대협객들을 두루 엮은 울산방장 후사대전의 밀서는 춘사월 무림대회전의 비서로 회자된 1급 기밀서찰이었다. 이 때문에 판관추녀가 직을 걸고 유출을 막았지만 나를 밟고 가라는 판관추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성 신문로에 대자보로 걸렸다. 인시(寅時)가 지나 대자보가 붙자 팔도마방과 강호나발들이 필사신공에 분주했다. 울산방장과 운하찰방의 회동부터 와대협객들의 비결서 전수까지 칠십여쪽의 대자보는 선혈이 낭자했다.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교안대행은 잠원사저의 북창을 열었다. 지풍지자(知風之自) 아닌가. 바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부채를 부쳐 바람을 일으킨다고 부채에서 바람이 나온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부채에서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 진정 바람은 어디에서 나온단 말인가. 부채가 바람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바람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법.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가야총림 무율거사의 죽비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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