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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문이 가르친다

                                              심수향

언제부터인가 문이 삐거덕거린다
삐거덕거리면서 열리지 않는다
왈칵 밀치면 더욱 열리지 않는 문
달래듯 어루만지는 손길에 열린다

시원찮은 문 바꾸라고 하지만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일을
가르치는 문, 세상의 문은 그렇게
열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문
때로는 깊은 속내 열어 보이듯
꽃 피는 소리에 가만히 열리는
낡은 문의 가르침.

△심수향 : 울산출생. 2003년 '시사사' 시인상. 200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중심' '살짝 스쳐가는 잠깐'
 

도순태 시인

우리 집 건너 편 꽃집은 자주 문을 닫는다. 열리지 않은 꽃집을 보면서 주인 그녀가 아픈가? 집에 무슨 일이 있나? 괜한 노파심이 산을 만들고 불빛 없는 가게 안에 갇힌 꽃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러다 OPEN 이라고 문고리에 목걸이처럼 걸고 있는 날은 반가움에 꽃을 사는 충동소비를 한다. 문을 연다는 것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의 시작일 것이다.


가끔은 삐거덕거리는 문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나 일의 진행에서 차질이 생기는 삶도 있지 않은가.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발길로 한번 차고 돌아서야 속이 후련하듯 그 삐걱임에 헛발질 같은 소리라도 한번 질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것이 강함이라 믿고 기고만장할 때도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서로에게 상처와 반목이 생기고 나목같이 시린 날들을 안고 살기도 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반성은 한참 후에 알게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문을 만난다. 쉽게 열수 있는 문도 있지만 두드려 보지도 않고 돌아서야 하는 문도 있었을 것이다.
'꽃 피는 소리에 가만히 열리는' 그런 문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달래듯 어루만지는 그 속삭임 같은 부드러움이 문을 여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인은 넌지시 일러 주고 있다. 삐거덕거리는 문을 만난다면 손에 힘을 조절해 살며시 열어보라.


깊은 속내를 조근조근 들려주듯 천천히 문은 안에 것을 훤히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강함을 이기는 부드러움이 우리의 삶을 온기로 가득 채워 줄 것이다. 지금 열고 싶은 문이 있다면 조용조용 다가서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동백꽃 피는 소리 듣는 듯.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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