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각 가정에는 작은 못부터 시작해서 스패너, 펜치, 망치 등 자잘한 공구들이 공구함에 담겨 신발장이나 창고 같은 장소에 보관돼 있었다.

그리고 두꺼비집(누전차단기)이 나간다거나, 못을 박아야 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공구함을 들고 출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면 예전 방송에서 보았던 맥가이버처럼 아버지는 어린 우리 앞에서 대단하고 위대한 분으로 우뚝 서 계셨다. 이렇게 집안에서 손봐야 하는 소소한 수리는 아버지나 삼촌들만의 일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 되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사물인터넷(IoT)이 등장하면서 가정생활 또한 급속도로 변화돼, 대부분의 가정에서 공구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도시화가 가정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고 맥가이버 같았던 아버지는 현실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먼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

이런 환경에서 울산 남구는 가정생활에서 해결하기 어려워진 간단하고 소소한 불편사항을 옛날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행정에서 해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OK생활민원기동대'다.

OK생활민원기동대(이하 기동대)는 지난 2011년 2월 창설돼 본격 운영에 들어가 올해로 10년차에 접어들었다. 만물수리 전문가로 구성된 기동대는 현재 12명의 정예 요원이 2인 1조로 구성돼 남구 전역을 누비며 하루 30여 건의 각종 생활 민원을 해소하고 있다.

이 기동대는 연간 7,000여 건의 불편사항을 처리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행정 서비스를 통해 주민들의 생활민원 해결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처리된 불편 민원처리 분야는 전기 2,377건, 수도·난방 1,484건, 배관 1,070건, 문수리·못박기 1,039건, 소규모 집수리 741건, 공공민원 316건 등이다.

특히 해결민원의 30%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취약계층 복리 증진에도 크게 기여했다.

남구의 도로·하수 등의 공공 인프라시설 수리와 사회복지시설 점검 방문 서비스 등을 실시해 안전사고 예방과 신속한 민원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가정에 전구 교체, 시계나 액자 걸이용 못 박기,  변기 수리, 수도꼭지 교체 등 요즘 가정에서 해결하기 힘든 불편한 것들을 옛날 아버지가 해결한 것처럼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도로의 파인 곳을 즉시 보수해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도로가로 쭉쭉 뻗어서 자라난 나뭇가지를 전지해 통행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어린이 공원의 고장난 놀이기구 수리까지 다양한 공공시설물을 정비해 생활기반시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필요한 부품(재료)까지 직접 준비해 집안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고 있다.

특히, 어려운 세대에 대해서는 도배·장판 교체, 전기 배선 수리 등의 시설을 정비해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날 맥가이버 같은 아버지는 없지만 이제는 기동대가 친절한 서비스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주민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OK생활민원기동대는 오늘도 묵묵히 남구 전역을 누비며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