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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와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하는 방안을 또 보류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전날 회의에서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 안건을 심의해 신청서 보완을 이유로 가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한양도성과 반구대암각화 두 유산은 지난달 문화재위원회에서도 보류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유네스코에 신청하는 세계유산을 잠정목록,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 후보, 등재신청 대상 과정 네 절차를 거쳐 정한다. 문화재위원회는 한양도성에 대해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14세기에 편중됐고, 다른 유사 유산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그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곡천 암각화군 신청서는 유산 현황과 개별 가치를 비교적 상세히 기술했으나, 반구대 일대를 아우르는 유산 개념 도출과 탁월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평가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미흡한 사항을 보완해 제출하면 다시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문화재청의 이같은 조치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바로 유산의 개념도출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는가에 대한 것과 유산의 탁월성이 얼마나 부족하다는 것인지의 문제다. 

앞서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서'를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이 신청서에는 천전리 각석, 반구대 암각화와 대곡천 일대의 인문·자연경관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세계유산등재 신청에서는 지난 2010년 1월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신청할 당시의 '대곡천 암각화군'이라는 명칭을 '반구대 암각화'로 변경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울산시는 "'대곡천 암각화군'이라는 명칭이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 등 2개의 암각화를 표현하기에는 적절치 않으며, 대곡천 일원의 '대곡'이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이후 등장하고 있는데 반해 그 훨씬 이전부터 '반구'라는 명칭이 쓰여온 점 등을 고려해 이번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에는 '대곡천'이라는 명칭 대신 '반구대 암각화'로 명칭을 변경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이 신청에서 신석기시대 해양수렵 집단의 독특한 화법과 표현, 예술성 등 반구대 암각화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증명'에 중점을 두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우선등재 심의 통과 후 학술연구 등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준비와 함께 오는 2022년 유네스코에 최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문화재청의 회의에서 심의보류가 결정된 이후 이번에 또다시 보류돼 문화재청의 의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가 2010년 1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 동시 해결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추진해왔으며, 지난 4월 국무총리 주재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9월에는 문화재청, 울주군과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두 차례나 심의보류를 결정하고 그 이유 역시 특별한 문제를 제기할 사안이 아닌 것을 보류사항으로 지적해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 의문이다. 핵심은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일이지만 지난 세월 동안 다른 부분으로 갈등만 키워왔다.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그 모든 문제의 출발은 문화재청이 문제를 제기한 원형보존이라는 이상한 용어다. 문화재청의 용어를 동원하면 형상변경 없는 보존이다. 여기서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추진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자가당착이 발견된다. 바로 대상의 문제와 형상변경이라는 자기모순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작업은 첫 단추가 잘못됐다. 반구대암각화 하나로 보편적이고 탁월하고 독보적인 문화유산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도 암각화군이라는 지분으로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자연과 문화가 한곳에 집약되는 세계유산 등록증을 요구했다. 이제라도 이를 수정해 반구대암각화 만으로 세계유산신청을 하자는 것이 울산시의 입장이다. 정말 잘한 결정이다. 

본질에 충실하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또 다른 딴지를 걸어 등재를 지연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의문이 증폭되는 지점이다. 지금이라도 문화재청은 이 문제를 제대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이미 반구대암각화의 탁월한 가치는 세계 고고학계가 인정한 사안이다. 명분 없는 트집으로 반구대암각화의 등재 작업을 지연시키는 것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다. 스스로 잘못된 결정을 반복해온 문화재청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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