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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울산 울주군 범서읍에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주민들이 생필품 사재기를 하면서 마트마다 물건이 동이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확진자 가족이 격리조치 된 구영리 주민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전시상황을 방불케했다.

 

 일부마트 라면·카레 등 품귀현상
 온라인 장보기도 배송 예약  꽉차
"마스크처럼 먹거리도 못구할라"
 막연한 불안감에 앞다퉈서 구매

 

22일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구영리 한 마트에 주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장을 보고 있다. 중간중간 비어있는 매대가 눈에 띈다.
22일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구영리 한 마트에 주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장을 보고 있다. 중간중간 비어있는 매대가 눈에 띈다.

 

지난 22일 늦은 오후 방문한 구영리의 한 마트.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을 접하고 장을 보러 일제히 쏟아져 나온 주민들로 북새통이었다.

생필품을 비축하기 위해 주민들이 물건을 쓸어가면서 마트 곳곳이 대부분 비워진 상태였다.

특히 보존기간이 긴 3분 카레, 참치캔 등 저장식품은 이미 초토화 됐고, 두어개의 제품이 남아 누군가 황급히 빼간 듯 진열대 위를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맞은 편 라면코너는 제품이 이미 품절됐다.
마스크 진열대도 빈 박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1인당 5개 이내로 구매제한'이라는 팻말이 무색했다.

마트 관계자는 "평소엔 이런 일이 전혀 없는데 오늘은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다 사갔다"며 "비축해둔 재고도 꺼내 진열해놨지만 전부 팔렸다. 특히 라면의 경우 재입고 날짜를 장담하지 못한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마트에서 만난 김(56)씨는 이미 라면 두 박스를 사뒀지만 부족한 것 같아 추가 식료품을 구입하러 나왔다.
그는 "가급적이면 밖으로 나오지 않을 생각이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언제 안정될지 모르고, 더 늦으면 마스크처럼 먹거리도 못 살 것 같아 미리 구매하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몇몇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해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하는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 40대 김씨는 "H마트 앱을 이용하는데 월요일자 예약이 꽉 차있어 배송 불가라고 떴다. 다른 곳도 알아봤으나 같은 상황이었으며, 어떤 곳은 신선식품이 모두 일시품절이라고 뜨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확진자가 다녀 간 것으로 확인된 KTX울산역, 이가네콩나물국밥, 신천지 울산교회, 북구 신명횟집, 울산닥터리연합내과, 코아루 아파트 등은 집중 방역이 이뤄졌다. 이들 점포는 방역을 마치는 대로 폐쇄에 들어갔다. 

아파트마다 신종 코로나가 코앞까지 왔다는 사실을 체감한 듯 분주하게 감염증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구영리에 확진자가 나왔으니 외출을 삼가해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 가운데 자가격리자 거주지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격리자 거주지와 불과 400m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는 안(27)씨는 "바로 집 앞이라니 미칠 노릇"이라며 "자가격리자가 집 밖으로 안 나올 수가 없을 거다. 생활을 유지하려면 마트라도 가야 할 텐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가람기자 kany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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