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벽청야(堅壁淸野) - 청정지대 울산도 뚫렸다
견벽청야(堅壁淸野) - 청정지대 울산도 뚫렸다
  • 울산신문
  • 2020.02.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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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사자독해]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KTX울산역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승객들을 체크하고 있다.
KTX울산역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승객들을 체크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여 동안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울산이 무너졌다. 울산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거의 2주일 동안 거주지인 대구를 비롯해 울산, 부산을 활보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나와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울산 첫 확진자는 지난 21일 자신의 울산 부모 집에 들리기 위해 KTX 울산역을 찾았다가 코로나19 환자로 판명됐다. 

확진자는 증세가 잠복됐던 기간과 증상이 나타난 10여 일 동안 대구와 울산, 그리고 부산을 종횡무진 다녔다. 그 사이 대중교통과 다중시설 등 어디를 어떻게 다니고 어떤 이들과 접촉이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 등 일부만 폐쇄조치했지만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는 오로지 바이러스만 알고 있는 오리무중 상태다. 

코로나 19의 창궐로 우리 사회는 엎친데 겹친 상황이다. 국내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한국을 위험 국가로 분류하는 국가까지 생기고 있다. 특히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거나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느닷없이 한국인 입국금지를 발표했고 미국도 한국을 여행 2단계 경계국가로 상향조정했다. 향후 상황에 따라 세계 각국의 한국에 대한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미적거리다 결국엔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입국 제한을 당하는 사태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한 상황이다. 대만 질병관리서는 한국을 일본, 태국과 함께 1급 전염병 여행 경보 지역으로 지정했다. 전체 3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인 1급은 여행 시 현지 예방 수칙을 따르도록 권고하는 단계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자원 부국으로 한국과 기업체 교류 등이 활발한 카자흐스탄은 한국을 싱가포르·일본·태국 등과 함께 '우한 코로나 확진자 다발 국가'로 분류하고, 이 나라들에서 입국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24일간 '의학적 관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도 자국에 입국하는 한국 교민, 출장자, 상사 주재원 등에 대해 증세가 없더라도 입국하는 즉시 무조건 병원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나라가 망해가던 순조 21년, 조선에는 엄청난 괴질이 돌았다. 바로 1821년이다. 기록에는 막연하게 무서운 큰 병이 돌아 무려 10만 명 이상이 죽었다고 했다. 역병이 유행하면 조정에서는 역병에 걸린 주민들을 일반 백성들과 격리시켰다. 혜민서(惠民署)와 활인서(活人署)에 명하여 역병으로 굶주린 사람들을 보살피게 하는 것도 요즘과 다르지 않았다. 조정은 괴질을 재앙을 넘어 통치권에 위협으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임금은 자신의 부덕과 정사의 그릇됨이 괴질을 불렀다고 책망하며 조세를 감면하거나 죄수를 풀어주고, 수라상에 오르는 반찬 수를 줄이며 근신하기도 했다.    

조선을 뒤흔든 괴질, 혹은 역병은 여러 가지였다.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에 약 200년 동안 역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이 시기 역병발생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79차례나 등장했다. 당시 역병에는 콜레라, 두창(천연두), 장티푸스, 이질, 홍역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심했던 역병이 순조 때의 콜레라였다. 한성에서 시작된 괴질은 경기, 영남, 그리고 1822년에 호남, 함경도, 강원도 지방을 강타한 결과, 한 달 동안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실 이 병은 호열자로 불리던 콜레라였다. 이 괴질은 쥐가 잠자는 사람의 다리를 갉아먹으면서 옮겨진다고 해서 쥐의 천적인 고양이의 영혼에 기도를 하고 대문이나 방안에 종이로 만든 고양이 그림을 붙여놓기도 했다. 미신에 가까운 풍문이 수없이 횡행했다고 한다. 

조선후기에 역병이 유행했던 이유로는 면역력 결핍, 국제 교역의 확대, 도시의 성장과 인구 밀집,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등 위생관념 부족 등을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이 괴질의 유입경로였다는 사실은 지금과 유사하다. 물론 각종 전염병이나 괴질의 경우 국내에서 자체로 발생한 경우도 있었지만 다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수준의 괴질은 놀랍게도 중국이 유입통로였다. 순조 때의 대역병 역시 중국에서 전파됐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처럼 조선과 교역이 빈번했던 중국은 괴질의 주요 루트였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따르면 '신사년 가을(1821)부터 이 병이 유행하였는데, 열흘 동안에 평양(平壤)에서 죽은 자만 수만 명이요, 도성에서 죽은 자가 13만명'이었다고 적혀 있다. 1817년 인도에서 발생한 콜레라가 1820년에 중국을 거쳐 1821년에 조선을 덮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예나 지금이나 괴질은 시작부터 유행까지 속도의 문제는 있어도 대유행의 정도는 비슷해 보인다. 문제는 이를 대처하는 우리에게 있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 여러나라로 확산한 지 한 달이 됐다. 이 한 달 동안 가장 크게 국제적 망신을 당한 곳은 중국이 아닌 세계보건기구(WHO)다. WHO의 권고 사항과는 정반대의 조치를 세계 각국 정부들이 줄줄이 내놓고 있고, 중국에 대해 칭찬 일색인 WHO 사무총장의 이야기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 

어쩌다가 WHO는 이렇게 신뢰를 잃어버린 것일까. 사실 WHO가 신뢰를 잃은 것은 오래된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세계 주요 언론에  따르면, WHO는 이미 중국의 조종 아래 놓여 있는 꼭두각시로 전락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중국이 WHO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고나서다. 2002년 11월부터 중국 광둥성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던 사스는 치사율이 10%에 달하는 재앙이었다. 

당시 감염지역 상황을 조사하러 온 WHO 조사단은 중국정부의 대응이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중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사태를 축소하려 한다는게 비판의 이유였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추락했고 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 내 국민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사태를 겪은 중국은 WHO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우호적 관계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상 미국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WHO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은 재정적 기여를 높이는 일 말고는 없었다. 결국 중국은 WHO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하고 돈줄을 대기 꺼려하던 미국이 발을 빼면서 자연스럽게 WHO의 슈퍼파워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문제는 지금 WHO가 코로나 19에 대해 '판데믹(Pandemic·세계 대유행)' 사태를 선언하는데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WHO는 전염병의 진행 상황을 6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사람 간 전염이 대규모로 일어나 특정 지역사회를 넘어 세계로 확산하는 최고 6단계 상황을 판데믹이라고 부른다. 비상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판데믹 선포를 미루는 WHO의 속내는 바로 뒷배에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중국 특정 지역에서만 심각할 뿐, 중국 외 지역에서는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WHO는 지난 2009년 미국발 신종플루(H1N1) 발생 당시 74개국에서 14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판데믹을 선언했다. 지금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이미 28개국에서 2,50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판데믹을 선언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증좌다.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 겸 편집국장

견벽청야(堅壁淸野)는 삼국지에 나오는 철저한 전쟁 대응 사자성어다. 성을 견고히 하고 들판을 비워 적의 배급을 끊는다는 결연함이 묻어 있다. 

뒤늦게 정부가 대응수준을 심각단계로 올렸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전문가 그룹은 한발 늦은 대응이라 지적하고 있다. 국가대응 수준을 조기에 국난수준으로 높였다면 사태가 이만큼 걷잡을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 있다. 지침은 경계지만 실제 대응은 심각수준이라는 말장난으로 대처한 관계자들의 상황인식이 고쳐지지않는다면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짚어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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