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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적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사가 아직도 2019년 임금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어 지역사회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노조가 지난해 물적 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현안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과 현안을 분리하자는 회사의 입장과 맞서면서 임금협상은 하세월이다. 

무엇이 임금 교섭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노조가 부당 징계라고 주장하는 4명의 해고다. 

지난해 파업과정에서 한 유도 유단자는 공장에 난입해 생산팀장을 바닥으로 내리쳐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혔다. 또 주동자 둘을 포함한 10여 명이 점심을 먹고 내려오는 동료 조합원의 발을 걸고 넘어뜨려 집단구타 했다. 나머지 한 명은 상급자에게 욕설과 함께 빈 병과 쇠파이프로 위협을 가했다. 회사 측은 증거자료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사규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개최, 이들 4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1만명 조합원들의 임금을 볼모로 한 채, 폭력 행위를 면죄부 받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해고자 문제 등 현안 해결과 임금을 연계시키며 시간을 끌고 있는 집행부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지난해 5월,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위한 절차인 물적분할 반대를 명분으로 현중노조는 수십 차례 파업을 강행하며 지역사회의 깊은 우려를 자아냈다. 당시 파업 참가자들의 불법·폭력 행위는 도가 지나쳤다. 노조는 임시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닷새간 무단 점거했다. 영업 방해, 기물 파손 등 재산피해가 10억 원에 달한다. 배상하겠다던 노조 간부의 약속과는 달리 아직도 한마음회관 1층 극장은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 차질, 기물 파손 등 피해 금액이 최소 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조의 요구는 해고자 4명 복직과 손배소 철회 등으로, 당시 불법 행위를 임금협상과 바꾸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리가 보호돼야 하는 것과 책임을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불법·폭력 행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회사의 징계나 손배소가 부당하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받으면 될 일이다. 소위 현안문제를 9개월째 끌고 있는 임금협상과 연계시키는 것은 협상 타결과 함께 불법행위를 모두 면책해주던 구태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회사 측은 지난주 두 차례 노사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현안 해결방안을 찾자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현중노조가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어떤 조합 활동도 조합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설득력이 없다. 소수의 불법?폭력 행위자를 살려 주자고 조합원 다수를 볼모로 잡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법원은 물적분할을 위한 임시 주총이 적법하다며 노조가 불법이라고 주장한 내용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최근 영남권에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코로나19 감염자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다. 울산 지역 역시 비상상황이 코앞까지 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경제도 말이 아니다. 기업들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지역 경제의 저변까지 흔들리는 국면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울산지역 자영업자들은 대책을 호소하고 나선 상황이다.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매출은 반토막으로 급감했지만, 관련 당국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만 펼치고 있어 상인들의 여건은 제자리 걸음이다. 

울산시가 수천 억 원의 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금난 해소를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당사자인 중소상인들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곳곳에서 곡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중소상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영세상인들 매출이 50% 가량 하락했다. 특히 지역 내 요식업, 프랜차이즈업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루 매출이 전보다 80% 줄어들어 생계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감염 우려로 단체 손님이 대거 줄어들면서 하루 평균 객수가 날마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울산의 산업을 떠받치는 기반산업이다. 특히 전 세계 제조업이 벌써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물동량 감소, 유가 하락 등이 현실로 다가온 조선업도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들 모두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지금, 대표 수출기업 현대중공업이 소모적인 임금협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자재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현대차는 노사가 힘을 모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노조에 박수가 쏟아지는 이유를 현대중 노조는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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