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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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신문
  • 2020.02.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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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는 금요일] 송은숙 시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얼마 전에는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 좀 싸게 나온 마스크가 있기에 얼른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는데 얼마 뒤 업체 측에서 '품절'이라며 환불을 해주었다. 

물론 그 마스크업체는 가격을 배로 올려 다시 주문을 받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몇 해 전 큰 관심을 끌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에 나온다. 2004년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휩쓸고 갔을 때 2달러에 팔리던 얼음주머니가 10달러로 뛰고, 숙박시설 이용료나 집 수리비가 폭등했다고 한다. 플로리다엔 '가격폭리처벌법'이 있는데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피해 사례가 2,000건이나 접수되었고, 이 사태 이후 처벌법에 대한 찬반논란이 불거졌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불행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비도덕적 행위라는 찬성 입장과, 시장이 견딜만한 요구를 하는 것은 폭리가 아니고 오히려 필요한 물건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공급업자를 자극하니 실보다는 득이 많다, 정부의 개입은 수요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교란시킨다는 반대 입장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이 사례가 우리나라의 마스크 대란과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이웃나라에 더 큰 수요층이 있어 마스크가 블랙홀처럼 빠져나가고, 마스크 착용이 바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충분히 논쟁거리가 될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워낙 다급하니 정부가 빨리 개입해서 공급과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이것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이 상충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하는 선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예이다. 같은 책에 또 다른 사례가 나온다. 고장 난 기관차 앞에 다섯 명의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선로에는 한 명의 인부가 있다. 선로 변경이 가능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더 나아가, 달리는 기관차 앞에 있는 다섯 명의 인부를 살리려면 선로 옆의 한 명을 희생해야 하는데 당신이 기관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이것이냐 저것이냐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한 것을 딜레마라고 한다. 대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꾀하는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의 자유와 행복의 추구 또한 인간의 기본권이라 무시하기 어렵다. 

딜레마 상황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받아들이기 어렵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갈등을 유발한다.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딜레마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확진자의 동선 공개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세세한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시간별로 모두 공개를 하고 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의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예방법을 제정하여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된 후에는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 수단 및 진료 의료기관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는 추가 감염을 막고 주민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전염력이 강하고 잠복기가 긴 이번 바이러스에는 꼭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확진자가 다년간 곳은 영업장을 폐쇄하고 자연히 손님도 뚝 끊겨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려앉는 격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란 양날의 칼이 죄어오는 진퇴양난의 처지, 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딜레마 상황은 어차피 누구도 만족 시킬 수 없다. 최선책은 일의 우선순위를 두어 급한 것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불이 나서 불구경을 갔어요. 그런데 그게 바로 우리 집인 거예요"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닌 적이 있다. 

지금은 집에 불이 난 것처럼 어렵고 다급한 시기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불이 나면 보통 인간 사슬을 만들어 불을 끈다. 손이 닿는 거리에 줄지어 서서 양동이에 든 물을 옮기는 것이다. 어느 한 고리가 끊어지면 불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 중단을 결정했다. 상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어주는 '착한임대료'에 동참하는 건물주도 늘고 있다. '와 달라'는 요청에 의료진 250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용기 있는 결정에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너무 많이 인용되어 식상하겠지만 그래도 간절한 바람을 담아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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