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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2월을 보내고 3월을 맞았다. 아파트 화단에 겨울을 이기고 핀 매화를 보고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겨울 잘 견디고 꽃 피우느라 수고했다!"
봄이면 매화나무 앞에서 말을 건네고는 했었는데 말이다.
오늘은 김이삭 선생님의 순우리말 바람 동시집 '우시산국 이바구'를 꺼냈다.
이바구는 이야기라는 뜻의 경상도 말이다. 
차례를 보니 1막 2막 3막으로 되어 있다.
연극 공연을 보듯 1막을 펼쳤다.
모두 12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서생 돌미역

미역은 귀가 달렸다
누가 울고 있지 않은지
누가 토라져 있지 않은지

바다에 사는 친구들
말에 귀 기울이려고

미역은
오늘도 귀를 쫑긋 열고
하늬바람 편에 바다를 듣고 있다

2막과 3막에는 11편의 시들이 펼쳐져 있다.

나도 꽃이야

바다에도 꽃이 핀다

모세의 기적이 열리는
명선도

맨드라미꽃처럼 고운
멍게 꽃밭이 있다

줄기도 잎도 없지만
강양바다가 고요히 키운 귀한
태양빛을 닮은 꽃



명선도에 자라는 멍게를 본 일도, 바다에서 멍게를 본 일도 없지만, 눈을 감고 멍게가 활짝 핀 바다꽃밭을 상상해본다. 멍게한테 '너도 꽃이란다' 슬쩍 귓속말을 해주면 멍게는 뭐라고 할까? 아마도 무척 좋아할 것이다.

간절곶 도다리쑥국

봄볕에 비실비실 졸고 있는
쑥을 끓이면

쑥은 칼바람 맞던 겨울 이야기
콩콩콩 풀어내지요

킁킁킁 솔솔솔
쑥국을 먹으면

출렁출렁 바다 건너
일등으로 달려온 해님이 보이지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며칠 전 내린 비로 땅을 비집고 쑥도 삐쭉 고개를 내밀었을 것이다.
바구니 들고 산으로 들로 봄나물 캐러 다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엄마가 끓여주던 들깨 쑥국이 더 그리워지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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