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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찾은 중구의 한 생활용품점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2일 찾은 중구의 한 생활용품점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20대 A 씨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울산 코로나 확진자'를 검색한다. 출근할 땐 KF94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새 것을 못 구해 며칠째 쓰고 있지만, 면 마스크는 더 찝찝한 기분이 들어 어쩔 수 없다.
자가용이 없는 A 씨는 매일 106번 시내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느라 안경에 김이 서리고 숨쉬기가 힘들다. 버스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휴대용 손소독제로 손부터 소독한다. 며칠 전 집 근처 다이소에서 구매한 것인데, 이후 계속 품절상태여서 아껴 쓰고 있다.
직장 건물 승강기를 탈 때는 휴지로 손가락을 감싸고 층수 버튼을 누르는 게 습관이 됐다. 직장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여서 업무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는 되도록 단체식사를 피하고 '혼밥'을 한다.
A 씨처럼 혼밥족이 늘면서 직장 근처 편의점 도시락은 항상 매진인 탓에 요즘은 그냥 도시락을 직접 싸 다닌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마스크부터 벗는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썼더니 목도 건조하고 귀가 아려온다. 평소라면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치맥과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겠지만, 요즘은 SNS로 근황만 묻는다.
심심해서 TV와 인터넷을 보면 여기저기 코로나 이야기뿐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봐도 정가에 파는 곳은 드물어, 울며 겨자먹기로 결제 버튼을 누른다.


울산지역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이후 시민 일상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 외식과 관광 등 야외·단체 활동을 자제하고, 자택과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민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코로나 블루'(코로나와 우울함(blue)의 합성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블루'는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증가하는 신조어로 심리적 방역을 말한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집에 틀어박혀 지내면서 무기력, 불안, 외로움과 고립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다.

개학 연기로 하루종일 유치원과 초등생 자녀를 돌보며 집안에서 갇혀 지낸다는 울주군 범서읍 거주 한 주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외부 활동을 전혀 못한 채 매일 집에서 육아에 씨름하며 감염 확산 소식을 접하는 게 힘에 부친다"며 "그렇다고 아이를 데리고 함부로 나갈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2일 낮 12시 찾은 태화강 국가정원 인근 식당가에는 울산 대표 관광지의 점심시간이 무색하게 손님 발길이 뜸했다. 그 중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당분간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식당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문이 열려있는 식당에서도 손님 찾기는 쉽지 않았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오히려 사람이 붐비는 장소를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밥집 주인은 "지난해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후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도 꽤 올랐다. 그런데 지난달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아무래도 울산 내에서도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보니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현 상황에선 이곳을 찾기 꺼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2일 울산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역 주요 관광지와 번화가의 상황은 이전과 같지 않다. 남구 삼산동 일대와 중구 성남동 등은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일찍 문을 닫는 상점이 많고,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곳도 점점 늘고 있다. 주말이면 북적이던 영화관이나 백화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2일 찾은 중구 태화강국가정원 인근의 한 식당에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2일 찾은 중구 태화강국가정원 인근의 한 식당에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남구의 한 자영업자는 "1·2월 매출을 비교해 보니 30~40% 정도 차이가 났다"며 "직원 월급을 주고나면 적자인데, 이대로라면 세달 뒤에는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번화가 대신 개인 혹은 가족과 함께 집이나, 사람 발길이 뜸한 외곽지역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추세다. 동구에 사는 신모 씨(30)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주말 가족과 함께 백화점이나 영화관을 찾고 번화가에서 저녁식사를 했었는데, 이제는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직접 만든 깨끗한 식사를 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마트나 편의점 등은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민들이 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필품과 식료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마스크와 손소독제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물품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중구의 한 마트 직원은 "요즘 마스크나 손 소독제는 들여오자마자 몇 시간도 안돼서 다 팔린다"며 "즉석밥 등 레토르트식품도 박스채 사가는 손님이 많아서 매일매일 발주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련 안내문도 일상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 매장은 하루 4차례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이용하셔도 됩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의 물기는 소독약이니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등 고객들의 걱정을 줄이기 위한 안내문을 붙여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고객을 출입을 불허합니다' 라는 경고 안내문을 붙여놓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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