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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적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K 이노베이션 노사가 울산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알려왔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2020년도 임금교섭을 노사상생의 정신으로 마무리했다는 소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임금교섭을 위해 노사 대표가 처음 만난 지난달 17일 상견례 자리에서 30분 만에 잠정합의안을 만들었고, 지난달 26일 있었던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에서 참여 조합원 84.2%가 찬성하면서 완전 타결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노사 화합의 정신은 최근 여러 이유로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한 현대중공업 등 일부 사업장과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가 지난해 물적 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현안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의 속도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금과 현안을 분리하자는 회사의 입장과 노조의 고집이 맞서면서 임금협상 타결른 하세월인 상황이다. 

최근 울산지역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이어지면서 비상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는 말이 아니다. 기업들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지역 경제의 저변까지 흔들리는 국면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울산지역 자영업자들은 대책을 호소하고 나선 상황이다.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매출은 반토막으로 급감했지만, 관련 당국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만 펼치고 있어 상인들의 여건은 제자리걸음이다. 

울산시가 수천억 원의 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금난 해소를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당사자인 중소상인들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곳곳에서 곡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중소상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영세상인들 매출이 50%가량 하락했다. 특히 지역 내 요식업, 프랜차이즈업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루 매출이 전보다 80% 줄어들어 생계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감염 우려로 단체 손님이 대거 줄어들면서 하루 평균 객수가 날마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노사 상생 정신은 단연 돋보인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임금인상률이다. 이 회사 노사는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에 연동하기로 정한 원칙에 따라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0.4%로 확정됐다.  2010년 이후 최저 소비자물가지수인 0.4%라는 임금인상률이 적용됐음에도 노사 간 정해진 원칙에 따라 소모적 논쟁 없이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과거 '밀고 당기기식'의 소모적 방식에서 벗어나, '건설적 제안과 배려' 속에서 노사가 합의한 원칙대로 4년째 교섭 타결을 이끌어 냈다. 이런 임금인상 프레임을 '당연한 일'로 정착시킨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노사는 임금협상 프레임을 바탕으로 4년 연속 합리적 결과를 만들어 냈고, 높은 찬성률로 우리 구성원의 강한 결속력과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 해져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이런 혁신적인 노사문화야말로 SK이노베이션의 진정한 경쟁력이고 '2020년을 새로운 행복과 미래를 위한 원년'으로 만들어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출범한 노동조합 집행부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되는 임금교섭 모델'에 동의함으로써 노사가 그동안 구축해 온 미래지향적 노사문화를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켜 가기로 했다. 여기에 구성원들도 이를 당연한 원칙으로 인식하고 84.2%라는 높은 찬성률로 회사와 노동조합에 굳건한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어제 열린 이 회사의 임금협상 조인식에서는 뜻깊은 행사도 있었다. 이성훈 노동조합위원장이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의 마음을 모아 제안한 코로나19 조기해소를 위한 성금 2억 원 전달 행사도 같이 진행됐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노사 상생의 실천 사례는 교섭 합의서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회사 노사는 교섭합의서를 통해 '합리적 노사문화를 지속적으로 혁신 발전시키고, 양극화 해소 및 상생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 존경받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조항을 직접 실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단체협약 갱신교섭에서 확정한 '행복협의회'도 공식 출범했다.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 및 회사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주제에 대해 노사뿐만 아니라 구성원까지 참여해 상시 논의하게 된다.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의 행복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또 하나의 혁신을 구체화한 것이다.

지금 울산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코로나 악재까지 겹친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울산의 산업을 떠받치는 기반산업이다. 특히 전 세계 제조업이 벌써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물동량 감소, 유가 하락 등이 현실로 다가온 유화업계의 위기감과 조선 자동차 등 전통 효자 업종의 심각한 실적하락이다.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들 모두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지금, SK노사가 보여준 노사 상생의 정신이 울산 전 기업체 노사에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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