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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마크스 대란' 속에 줄서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혼란의 한켠에선 또 다른 줄서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불황'에 폐업·도산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사장들이 정부의 정책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늘어선 행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각 기관 지원 창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 신보 자금 300억 접수 10분만에 소진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은 울산신용보증재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은행 울산본부 등은 일선 은행을 통한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울산신용보증재단은 경남은행과 농협은행 등 12개 금융기관과 연계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전국 1조 원)'을 지난달 13일부터 지원하고 있다. 융자조건은 업체당 최대 7,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1.50% 금리에 대출기간은 5년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도 9일부터 코로나 피해기업에 대한 특별운전자금 지원에 나섰다. 한국은행 지원규모는 900억원인데 금융기관 대출취급액을 합치면 1,800억원에 이른다. 연리 0.75%로 금융 기관에 지금을 지원하는데 실제 대출 금리는 금융기관별 자체 결정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지원하는 코로나19 정책자금을 받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청대상 기준이 까다롭고 준비할 서류도 만만찮은 데다 신청이 폭주 수준으로 몰리면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실제로 울산신용보증재단이 지난달 24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300억 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풀었는데, 인터넷 접수 10분 만에 자금이 전액 소진됐다. 앞서 울산신용보증재단은 지난 1월 15일에도 1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는데, 이때도 33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온라인 접수 20분 만에 창구 문을 닫아야 했다.

# 하루 수백명 방문…전화상담 아예 못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피해 자금 지원도 창구마다 연일 북새통이다. 울산신용보증재단의 자금지원 보증 상당은 구·군별로 나눠 본점 등 5곳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방문 상담자가 하루 수백명에 달해 아예 전화 상담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요는 빗발치는데 자금은 한정돼 있고, 각기 기관마다 지원대상과 기준을 제한하기 있기 때문에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었더라도 모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특별운전자금의 경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여행업, 여가업, 운수업에 국한하고, 중소 제조업체는 대중국 수·출입과 소비부진에 따른 피해로 묶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의 정책자금에 기대를 걸고 무작정 창구를 찾았다가 지원 대상이 아니거나 서류 미비로 허탕을 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9일 오후 1시 30분께 울산상공회의소 5층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코로나19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방문한 소상공인들이 줄을 이었다. 신용보증재단의 경영애로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반드시 코로나19 피해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중순 이후 하루 평균 200명 정도가 공단을 찾고 있다.

무등록 재래시장에서 튀김을 판다는 A씨는 이날 울산신용보증재단의 자금 지원 신청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지원이 어렵다는 상담원의 말을 듣고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울산의 각 구·군이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모든 재래시장을 폐쇄하는 바람에 A씨는 벌써 20일째 장사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생계가 막막한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을 지원받으려면 매출액 확인서가 있어야 하는데, 주로 2·3,000원짜리 현금 장사를 하는 A씨로선 매출내역을 확인해 줄 방법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사업자등록증과 카드 결제기를 갖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당국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A씨와 같이 재래시장 현금 장사를 하거나 무등록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 무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대중국 수출입 감소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만 정책자금이 지원될 뿐, 신생 기업이나 휴업 등으로 매출 감소를 확인할 수 없는 기업들은 코로나19 특별지원자금도 그림에 떡인 셈이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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