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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파가 울산지역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4년전 사상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이 밀려오던 당시로 돌려놨다. 여기에다 중소업체와 자영업자의 깊은 한숨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역대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비제조업보다 제조업 쪽에서 받은 심리적 타격의 강도가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2020년 2월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 BSI 실적치는 56으로 나왔다. 이는 전월 업황 실적치 75에 비해 19포인트나 추락한 것으로, 2016년 9월(53) 조선업 침체 진입기 이후 3년 5개월만의 최저치다. 제조업 중에서도 조선이나 석유화학에 비해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의 부정적 응답이 쏟아졌다. 울산의 제조업 2월 업황 BSI는 65를 기록한 전국 실적치에 비해서도 9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처럼 제조업의 2월 경기 실적치가 추락하면서 3월 업황 전망 BSI도 61로 급락했다. 이는 전월 전망치 75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코로나19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기업경기지수만 놓고 볼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 충격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를 능가하는 모습이다. 2003년 7월 사스 당시 울산의 기업 업황BSI 실적치는 62, 전망치는 76을 기록했다. 울산지역 비제조업의 2월 업황BSI는 59로 전월(61)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또 3월 업황 전망BSI는 56으로 전월(62) 대비 6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 울산의 제조업체들은 내수 부진과 자금 부족,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가장 큰 고충 사항으로 꼽았다. 비제조업에선 인력난·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자금 부족 등의 경영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위기는 운영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코로나 불황'에 폐업·도산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사장들이 정부의 정책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각 기관 지원 창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은 울산신용보증재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은행 울산본부 등은 일선 은행을 통한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울산신용보증재단은 경남은행과 농협은행 등 12개 금융기관과 연계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전국 1조원)'을 지난달 13일부터 지원하고 있다. 융자조건은 업체당 최대 7,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1.50% 금리에 대출기간은 5년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도 9일부터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특별운전자금 지원에 나섰다. 한국은행 지원 규모는 900억 원인데 금융기관 대출취급액을 합치면 1,800억 원에 이른다. 연리 0.75%로 금융 기관에 지금을 지원하는데 실제 대출 금리는 금융기관별 자체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지원하는 코로나19 정책자금을 받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청 대상 기준이 까다롭고 준비할 서류도 만만찮은 데다 신청이 폭주 수준으로 몰리면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실제로 울산신용보증재단이 지난달 24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풀었는데, 인터넷 접수 10분 만에 자금이 전액 소진됐다.

이같은 상황은 실물경기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부산·울산 중소기업들의 경우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경제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는 2일 업종별 정회원 조합 35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영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조합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차질 등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은 '민생안정 지원' '경제활력 제고' '방역체계 가동' 등 세 방향이다. 우선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으로 각종 세금감면과 함께 특별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며 신용카드 공제 폭도 늘리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19 유사 증상자나 확진자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우너하는 쪽에서는 체감하는 대책이라 여겨지지 않은 모습이다.

결국 지금 우리 경제, 아니 지역경제는 갈수록 악재가 쌓이는 형국이다.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는 말은 새롭지도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뿐 아니라 울산에서는 상권은 한파가 극심하다.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 상황만 강조할 시기가 아니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방역과 환자관리, 그리고 내수경제 살리기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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