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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국제 철새 보호 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가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울산에서 만나는 철새의 개체수나 규모를 생각하면 이미 가입됐다고 생각할 만한 기구지만 지금이라도 가입에 나선다니 반가운 일이다. 울산은 태화강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텃새와 철새를 무더기로 만날 수 있는 철새의 낙원이다. 실제로 태화강과 외황강, 회야호 등은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로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다. 매년 2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특히 태화강의 백로와 떼까마귀는 태화강에서만 만날 수 잇는 진풍경이다.

EAAFP는 자발적이고 비형식적인 국제기구로 총 37개 회원(정부 18, 국제기구 6, 국제비정부기구 12, 기업 1)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국은 인천 송도에 있다. 국내에서는 철원평야, 천수만, 우포늪 등 15곳이 가입돼 있다. 울산시는 2013년 태화강 일원에 대한 EAAFP 가입을 추진했으나, 철새 개체 수는 많지만 특정 멸종 위기 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입이 유보됐다. 이에 울산시는 태화강 외에 외황강, 회야호, 선암호수공원 등으로 지역을 확대해 가입을 다시 추진한다. 이 지역에는 특정 멸종 위기 종인 큰기러기, 큰고니 등이 서식하고 있고, EAAFP 가입 조건인 철새 2만 마리 이상을 정기적으로 부양하고 있어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시는 판단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9월까지 철새 서식지 정보와 지도를 작성하고, 환경부 가입 신청을 거쳐 연말까지는 EAAFP 사무국에 가입 등록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AAFP 사무국은 3인 이상의 전문가들이 적합 여부를 검토한 뒤 내년 2∼3월 가입 인증 여부를 확정한다.

지난 2017년 울산에서는 아시아버드페어 행사가 열린 적이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한 아시아버드페어 집행위원회 빅토르 유(Victor Yu) 공동위원장은 "바다와 산, 강을 접하고 있는 울산은 아시아권에서 보기 드문 철새와 물새가 다양해 많은 탐조 여행객들이 좋아할 곳"이라고 했다. 

아시아 버드 페어에는 아시아 13개국과 비공식 파트너인 영국, 프랑스 등 철새 탐조인 100여 명 이상이 참가하는 아시아권의 철해박람회 성격을 가진 행사다. 이 행사에서 울산은 태화강 탐조대회와 국가별 홍보부스 운영, 떼까마귀 군무 탐조, 울산 시티투어 등 5일 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그만큼 울산은 이제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서도 태화강은 이미 철새의 낙원으로 변모했다. 

울산시가 태화강에 서식하는 조류를 모니터링한 결과 39종 6만4,795마리를 관찰했다. 겨울철 기준이다. 이는 지난해 1월 36종 6만3,807마리보다 3종988마리 늘어난 수치다. 까마귀가 5만5,000여 마리로 가장 많고 물닭 4,950마리, 붉은부리갈매기 1,720마리, 흰죽지 520마리, 홍머리오리 518마리, 뿔논병아리 230마리, 흰뺨검둥오리 210마리 등이다. 특히 그동안 없었던 마도요가 모습을 보였고, 희귀종 흰줄박이오리도 발견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최근 전국 200개 철새도래지를 대상으로 벌인 조류 동시 센서스에서 태화강의 겨울 철새 개체(10만1,420마리)가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많았다. 

여기에다 이번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에 포함하기로 한 선암호수공원의 경우 수많은 텃새와 철새가 서식해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 철새홍보관은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의 조류를 조사한 결과 연간 총 66종, 1만8,460여 마리가 관찰됐다고 밝히고 있다. 관찰된 조류는 천연기념물 황조롱를 비롯해 붉은머리오목눈이,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쇠물닭, 논병아리, 멧비둘기, 딱따구리, 직박구리, 넓적부리, 큰부리까마귀, 쇠박새 등이다. 

이와 함께 울산에는 이미 지난해 철새홍보관이 들어서 시민들의 철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설은 철새들의 생태 실태 조사 분석 및 연구와 더불어, 철새 생태 체험 및 교육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생태관광육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과 지역 주민의 문화 복지를 위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이 곳은 옥상에서는 떼까마귀, 갈까마귀 등 겨울 철새와 물까치, 큰부리까마귀 등 텃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철새 전망대가 마련돼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의 철새도래지 하면 많은 국민들은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군무를 펼치는 '군산호'나, 우리나라 유일의 흑두루미 도래지인 '순천만 갯벌', 그리고 창녕의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을숙도' 등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은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태화강과 선암호수공원 등은 도심 속 전국 최대 규모의 철새도래지다. 이번에 EAAFP 가입을 통해 울산이 철새의 낙원으로 제대로 평가받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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