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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교사들은 개학 준비에 여념없다. 교실에 망가진 책걸상은 없는지, 사물함·신발장 번호는 온전히 붙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느라 분주한 날의 연속이다. 교사들은 오랜만에 등교해 학교생활이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아이들이 서로를 탐색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친교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개학이 두차례 연기되면서 학사일정이 재차 수정됐고 학교 교육과정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학습준비물'이다. 사실 2020학년도에 지급하는 학습준비물은 이미 지난 2월 종업식 즈음 울산지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님께 안내됐다. 같은 물건을 가정과 학교에서 중복 구매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학습준비물은 몇 가지 측면에서 우수한 점이 있다. 먼저 아이들이 미처 가정에서 가져오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학습 결손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교사가 미리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수업의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학습준비물을 지원해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기 때문에 경제적 부분에서 가정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다음 학기 학습준비물을 이전 학기 말에 미리 선정하고 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울산광역시 교육감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2010학년도 2만 원에서 출발한 초등학생 1인당 학습준비물 금액은 제8대 민선 교육감을 거치며 4만 원으로 상향됐다.

최근 들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안전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때의 안전한 물품은 납·카드뮴,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으로부터의 '화학적 안전'과 날카로운 끝, 지나치게 작은 크기 등으로부터의 '물리적 안전'을 의미한다. 규격 제품(검, 품) 및 안전인증 제품(KC 표시), 친환경 제품 위주로 구매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물건 선정에서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입찰로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막상 구매한 물건이 안전한 물품이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기 전에 안전한 학습준비물을 구매해 활용하는 시스템이 체계화된다면 각 학교의 준비실에서 학습준비물을 효율적으로 보관, 대여,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연필과 지우개는 왜 학교에서 학습준비물로 사주지 않는지 의아한 부모님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 학습준비물을 구매할 때 4만 원이라는 제한된 금액을 고려해 인근 문방구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품목을 우선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필, 공책, 지우개, 자 등은 비교적 구매가 쉽고, 특정 수업이 아니라 모든 학습활동에 필요한 기본 학용품이기에 아이들이 매일 소지하고 다녀 빠뜨릴 우려도 적다. 물론 1학년 신입생에게는 연필, 공책, 지우개 등 기본 학용품도 지급하고 있다. 또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기본 학용품은 학교에 따라 예외적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무부장을 지낸 조소앙은 삼균주의를 통해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주장했다. 특히, 교육에 관한 사상은 헌법 제31조에 '교육의 기회균등, 의무교육, 무상교육'으로 반영됐다. 학습준비물과 관련된 울산시교육청의 정책은 헌법에 명시된 무상교육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무상 급식, 무상 교복, 고교 무상교육 등 굵직한 이슈가 있어 학습준비물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 보인다. 하지만 교육 본연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정말 피부로 와닿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책은 어쩌면 학습준비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끝으로 가정에서 학습준비물 안내장을 받게 된다면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과 학습준비물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교과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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