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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2일 이후 지역 민생경제는 20여 일째 올스톱 상태다.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어 허탕을 치는 날이 점점 늘어나면서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등록 재래시장 10곳을 포함해 모두 50여 곳에 달하는 울산의 '5일장'은 폐쇄 장기화로 가는 분위기다. 재래시장에 기대어 하루벌이로 먹고사는 노점상들은 장사 밑천을 생활비로 돌리면서 생계난을 걱정해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형식당은 물론 대형음식점 등도 줄줄이 휴업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임시휴직을 통보받은 종업원들은 다른 일자리로 눈을 돌리지만, '코로나 불황'에 남은 일자리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나마 얼마간 여유가 있는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하늘만 쳐다볼 뿐 무대책이다.

퇴근길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풍경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됐다. 관공서나 기업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벌이면서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술집 등은 손님이 끊겨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처지다.

도심 주요 상권은 물론 동네장사를 하는 주택가 음식점이나 노래방, PC방, 목욕탕·사우나 등 이른바 주민 밀착형 업종의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울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울주군 범서읍 구영지구의 경우 배달업종을 제외한 음식점과 술집 등은 개점휴업 상태를 버티다 못해 장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구영리에서 8년째 고깃집을 운영해온 강모 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날 저녁부터 거짓말처럼 손님이 끊겼다"면서 "이틀 후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 문을 닫았는데, 벌써 20일째이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씨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가게가 자신 소유라 월세 걱정없이 문이라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박꼬박 월세를 내야 하는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게 문을 열고 있으나 전기요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남구 무거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정모 씨가 이런 경우다. 견디다 못한 정 씨는 결국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수소문 끝에 지난 13일 울산상공회의소에 입주해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았다.

이곳에서 코로나19 피해를 인증 받으면 울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코로나19 피해애로자금의 금리를 1%대 초반으로 낮춰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공단으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자금임에도 2% 중반대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정 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자영업자들로 공단은 연일 문전성시다.
하루 200명 정도가 방문하는데, 20~30명 정도는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등록증 없이 지역 5일장을 돌며 생선을 파는 이모 씨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일장을 폐쇄하면서 20여 일째 장사를 못해 생계가 막막하다. 하지만 이씨는 정부나 지자체, 금융당국의 코로나19 피해지원에는 아예 대상에도 들지 못한다. 

이 씨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장에 나가려면 장사밑천이라도 남겨둬야 하는데, 벌써 20일 넘게 벌이가 없어 그동안 조금씩 모아놓았던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무등록 노점상이란 이유로 정부의 코로나19 피해지원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게 서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문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 피해가 민생경제 전반을 빈사상태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 씨의 사례처럼 정부당국의 지원망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피해 지원방안이 쏟아지고 있으나 혜택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만 국한될 뿐, 이 씨와 같은 노점상 등 소외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경제 위기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데, 정부의 피해 대책이 특정 분야나 계층에 제한적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면서 "영세상인이나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과 함께 소외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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