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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의 개학이 다시 연기되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더 이상의 연기는 학사일정 차질 등 많은 문제가 있다며 개학 강행을 주장하지만 방역당국은 소아·청소년 연령층이 발병이나 중증도는 매우 낮아도 오히려 전파 과정에서는 증폭 집단으로 또는 조용한 전파집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학생들을 통해 가정과 지역사회로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개학을 언제 하느냐보다 생활방역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각급 학교의 개학은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갈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개학 추가 연기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교원단체의 성명 등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개학 3차 연기'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당장 개학을 하게 되면 울산의 경우 15만 명에 달하는 지역내 학생과 교직원들의 단체생활에 따른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울산시교육청의 판단이다. 다만 사상초유의 '4월 개학'이 현실화 되면 학사일정 전면 수정, 고3 수험생 대입 차질 등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지역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유은혜 장관 주재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을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과 화상 회의를 열고 개학 연기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개학 연기 의견을 제기한 교육감들의 의견을 수용해 2주 더 연기해 4월 6일 개학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23일과 3월 2일 두 차례 개학을 연기하면서 개학일은 3월 2일에서 9일, 또다시 23일로 미뤄졌다. 이후에도 소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는 등 감염 확산 우려가 사라지지 않자 교원과 학부모 단체는 개학 추가 연기를 요구해 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3일 "지금 같은 지역사회 감염 추세가 이어진다면 (추가적인)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종일 붙어서 생활하고 급식을 함께 먹는 학교는 감염병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 정시확대전국학부모모임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3월 23일로 연기했으나 지금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볼 때 3주간의 기존 연기로는 자녀들을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낼 수 없다"며 "4월 초로 추가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시교육청에도 아이들을 걱정하며 "개학을 연기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개학을 연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학 연기 이후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다. 만약 개학이 2주 더 미뤄져 '4월 개학'이 현실화되면 법정 수업일수 감축이 허용된다. 개학 연기 기간이 15일을 넘기게 되면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초중고 190일)를 10% 범위(18일·19일)에서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초중고교의 그동안 3주 미뤄지면서 결손된 수업일수 15일과 2주 더 연기하면서 부족해질 10일을 합쳐 총 25일 중 19일은 보충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23일 개학하게 되면 방학을 단축해 15일을 보충해야했지만, 개학을 연기하게 되면 결손되는 수업일수는 6일로, 오히려 적어지게 된다. 대신 미리 짜두었던 한해 수업 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수정해야 하는 등 연간 학사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학생들이 한해동안 배워야할 분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압축해 단축된 수업일수로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일정을 다시 짜야한다.

원래 할당된 수업 분량을 짧아진 시수 안에서 모두 소화해야하는 학생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고3들의 대입 일정이다. 개학 연기로 올해 수험생들의 입시 일정이 대대적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시모집을 노리는 수험생들은 마지막으로 반영되는 1학기 중간고사에서 부족했던 내신 성적을 만회하려고 했던 계획을 이루기 쉽지 않은 데다 여름방학이 줄어들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보완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개학을 더 미루게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학 입시 일정도 조정하는 대안이 병행돼야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육공무직 수당 문제 등 다른 문제도 많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이 추가로 연기되면 교육공무직들에 대한 휴업 수당을 지급하는 등 새로운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가정 돌봄에 대한 지원문제는 울산시 등 지자체에서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해소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학 연기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같은 문제를 포함해 수업일수 조정에 대한 법률적 검토부터 서둘러야 한다. 제반 문제를 조속히 결정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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