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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노조가 또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2019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첫 파업이며, 하루 앞선 19일에는 점심시간 오토바이 시위도 연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협상이 교착 상태이기 때문에 파업한다"며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우려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이달 12일까지 46차례 교섭을 했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5월 회사 법인분할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이후 교섭에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법인분할 당시 노조가 반대 투쟁 과정에서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이면서 기물을 파손하자, 회사는 불법 행위 책임을 물어 조합원들을 해고 및 감봉하는 등 징계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회사가 해고자 복직 등 현안문제부터 해결할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불법 행위를 눈 감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의 조속한 타결'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안 문제를 두고선 일절 양보가 없는 상황이 되면서 교섭은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에는 회사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를 고려해 지난해 성과금을 조합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임금협상부터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노조에 제안했으나, 노조는 성과금 산출 기준에 노조 제안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부하는 등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노조가 파업까지 결의하면서 해를 넘긴 임금 교섭이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조의 파업 강행 상황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어제 메시지를 냈다. 권 회장은 그룹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과 유인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불편함이 크겠지만, 서로 조심하고 격려하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을 반드시 이겨내자"고 밝혔다. 그는 "지난 6년간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는 과거와는 달리 많은 소통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고 있고, 대우조선 인수작업도 순조롭게 진행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듯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각 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피해 최소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비상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반드시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중노조의 파업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많은 네티즌들이 가뜩이나 침체 일로에 있는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지역 경제의 사정은 어떤 상황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휴업·휴직 사례가 급증하면서 울산지역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가 전년에 비해 10배 이상 대폭 늘어났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바로 이번주 초의 일이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338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건보다 10.2배나 증가한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 감소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고용유지조치(휴업·휴직)를 실시하는 경우 휴업·휴직 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2일 이후 지역의 민생경제는 올스톱 상태다.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어 허탕을 치는 날이 점점 늘어나면서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등록 재래시장 10곳을 포함해 모두 50여 곳에 달하는 울산의 '5일장'은 폐쇄 장기화로 가는 분위기다. 재래시장에 기대어 하루벌이로 먹고사는 노점상들은 장사 밑천을 생활비로 돌리면서 생계난을 걱정해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형식당은 물론 대형음식점 등도 줄줄이 휴업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임시휴직을 통보받은 종업원들은 다른 일자리로 눈을 돌리지만, '코로나 불황'에 남은 일자리가 있을 리 만무한 지경이다. 그나마 가계 사정에 얼마간 여유가 있는 상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하늘만 쳐다볼 뿐 무대책이다. 퇴근길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풍경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됐다. 관공서나 기업들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벌이면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술집 등은 손님이 끊겨 더이상 버티기 힘든 처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강경투쟁과 파업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노조의 투쟁 방식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지금 지역 시회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인지 노조는 분명히 살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순서다. 현대중 노사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지역사회의 호소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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