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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제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 증시가 역대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패닉 상태로 치닫고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대공황(Great Depression)급 경제 위기를 전망하며 우리의 일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전 세계 소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과 미주 대륙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하고 생활 필수 점포를 제외한 모든 상점을 폐쇄하는 등 국가 간 교역과 대내외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업종이 집중된 산업수도 울산이 체감하는 지역경제 침체와 위기감은 그야말로 재난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산업으로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의 생계와도 직결돼 있어 업계 고민은 더욱 깊다.

현대차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협력사의 부품공급 차질과 울산공장 확진자 발생으로 완성차 생산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2월 생산량은 계획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생산 차질은 고스란히 부품업계 납품 물량 급감으로 이어져 협력사의 생존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에 부품협력사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정부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울산시도 최근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하고 현대차 노사에 특별연장근로 인가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으며, 17개 시도지사 공동명의로 '車업계 주 52시간제 한시적 유예'를 위한 대정부 정책 건의를 추진 중에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폭스바겐, 르노, 푸조시트로엥,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유럽 완성차업체 '빅4'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생산시설에서 순환 셧다운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가간 국경 통제는 부품 조달을 어렵게 하고 극심한 경기 침체는 자동차 구매 수요를 줄어들게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차를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 현재 쌓여 있는 주문량을 해소하는 것이 현대차에게도 부품 협력사에게도 현재로선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다.

현대차그룹이 중소 부품 협력사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1조 원대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협력사들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안정적인 생산'이다. 완성차 공장이 돌아가야만 협력사들도 일감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천재지변이나 그에 준하는 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가 허가하면 주당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최장 3개월까지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특별연장근로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인 응급 처방으로 노동계가 우려하는 주 52시간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대차는 노조와 특별근로연장 관련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논의가 너무 길어져선 안된다. 현대차 노사가 취약계층 마스크 4만 장 지원, 임직원 1,000명이 넘게 참여한 헌혈 캠페인 등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보여준 노력에 '특별근로연장'으로 신속한 화룡점정을 찍어주길 바란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전시에 가까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기업과 노조, 근로자 모두가 한 마다로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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