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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을 삼키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인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LG화학의 현지 생산 공장들이 셧다운 위기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외국인 입국과 나라 간 이동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주재원 교체가 중단된 것은 물론 물류 운송 차질을 빚는 등 생산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들 배터리 3사의 현지 공장이 가동을 멈출 경우 울산 주력공장들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핵심 소재 공급 중단과 수출 감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 핵심 사업장을 둔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이 있으며, LG화학은 폴란드에 생산기지를 두고 유럽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현지 공장들은 현재까지는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대신 현지 근로자들의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관리와 공장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후 가동과 부품 수급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가정하고 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유럽 내에서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이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을 뿐, 국내 배터리 3사의 현지 공장이 있는 헝가리와 폴란드는 아직까지 특단의 강제조치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동유럽 국가들의 이동제한 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동유럽 국가에 있는 배터리 공장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을 피한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배터리 수요처인 유럽의 완성차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독일의 최대 자동차기업인 폴크스바겐이 최대 3주간 유럽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도 독일 공장을 잠정 중단하는 등 생산라인을 멈추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리스크가 유럽과 미국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배터리 업계의 매출 감소 등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은 헝가리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유럽의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할 때 당장 내일 비상 국면을 맞을 수도 있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코로나19로 패닉에 빠진 가운데 미국 상황도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 이어 오하이오주에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LG화학과 조지아주에 새 공장을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건설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유럽 수준으로 악화돼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질 경우 이들 두 기업의 현지 공장 건설도 중단될 수밖에 없고, 공기 지연에 따른 생산 일정 등이 모두 헝클어지는 후속 피해를 입게 된다.
배터리 업계에선 "현지 수요 맞춤 전략으로 해외공장을 건설해 가동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국내뿐만 아니라 현지 리스크로 작용하는 심각한 단계다"면서 "국가 간 이동제한으로 인력에 이어 부품 수급을 위한 물류망까지 막힐 경우 그 피해는 단기간이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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