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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보다 코로나가 더 두렵습니다."
산불이라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사람들이 도리어 산불보다 코로나19 감염을 더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웅촌면의 한 야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은 설상가상으로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불씨가 민가 쪽으로 번지는 바람에 인근 쌍용하나빌리지 주민 등 3,6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루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각자 지인, 친척 집으로 혹은 근처 숙박업소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은 불을 무서워 했지만, 그만큼 코로나 감염에도 떨었다. 뭉치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 생각에 가족들마저 흩어졌다.

20일 만난 피해지역 주민인 한 가족은 제각기 다른 곳에서 잠을 청했다. 이들 가족은 산불 발생으로 경로당으로 대피했으나, 이내 '모여있으면 코로나에 걸린다'면서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은 각자 회사로 갔다. 이 가족 중에 미성년자인 박 모 양은 "저도 원래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갈 곳이 없으니 사정해서 잤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한 상인은 산불 발생 당시 대피하던 때를 회상하다가도 이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해 우려했다. 쌍용하나빌리지 단지 내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50대 중반 박 모 씨는 "우리 동네에는 아직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산불 대피로 몇백 명이나 되는 사람이 각지로 다 흩어졌다가 돌아오게 됐는데, 그 사이에 확진자가 생길까봐 더 불안하다. 안 그래도 장사가 힘든데 더 안 될 까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호텔로 대피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50대 안 모 씨는 "공공 대피장소는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재민들의 '산불보다 무서운 코로나19' 역설에 안타까움마저 느꼈다. 어수선한 시기지만 다들 잘 견뎌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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