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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설화는 헌강왕 때 울산 개운포의 처용암에서 헌강왕을 만난 처용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탈놀이로 알려진 안동의 하회탈은 고려 중엽 하회마을에서 시작돼 마을의 성황신을 위한 굿이었다. 그러나 처용탈은 1200년 전 신라 때부터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역신을 퇴치하는 기능으로 상징돼왔다. 처용탈과 하회탈은 시대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처용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역신에 관한 것으로 역신은 여자임을 알아야 한다. 여자인 역신이 처용의 처에게 남녀 관계가 아니라 자신이 늘상 하는 업무인 역병을 옮기기 위해 달라붙었던 것이다. 국어사전을 열어보면 '역신: 호구별성'이라 나와 있다. 호구별성을 찾아보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천연두를 앓게 한다는 여성신'이라고 돼 있다.

처용설화는 『삼국유사』에 일연스님이 재밌게 바꿔 놓았다. 『삼국유사』 기이편에 기록된 '도화녀와 비형랑'편에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는 도화녀가 남편이 죽고 나서 사륜왕이 도화녀의 집에서 아흐레를 머물고 수태한 비형랑이 신원사 뒤편 개울에 귀신을 부려 하룻밤 사이 커다란 다리를 놓기도 하고, 만파식적이나 연오랑과 세오녀 등 대부분 이야기를 재미있고 기이하게 바꿔 놓았다. 처용설화 역시 동해용왕과 일곱 아들을 등장시키고 처용가의 끝 구절을 '빼았긴 것을 어찌 하릿고'라는 체념적인 구절로 바꿔 놓아 근대 학자들이 국어사전조차 열어보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처용과 처용의 처와 역신을 삼각관계로 만든 것이다.

처용가는 『삼국유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악학궤범』『악장가사』에도 있는데 그 끝 구절은 사뭇 다르다. '이런 저귀 처용 아비옷 보시면 열병대신이야 횟 갓이로다'고 돼 있다.

한마디로 역신은 처용에게 횟감밖에 되지 않는 아주 형편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한때 울산의 기독교 계열 단체에서 역신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해 처용의 처는 역신과 바람난 정숙하지 못한 여자이니 처용문화제를 없애고 다른 이름을 써야 한다고 언론에 제기해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는 처용설화의 왜곡된 부분만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모 일간지에서 이 문제로 필자와 지상 논쟁을 벌였고, 모 TV 방송국에서 주선한 토론회에서 진지한 논쟁을 벌여 처용문화제를 지켜야 한다는 쪽에서 조목조목 역사적 근거와 사실을 제시해 폐지를 주장하던 그 단체가 스스로 문을 닫은 적이 있다.

그리고 처용문화제에는 처용에 관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하는데 처용만을 위한 테마축제가 아니라 공업축제가 처용문화제로 바뀐 울산의 대표적인 종합축제임도 알렸다.

또 한 가지 바로 잡고 싶은 부분은 처용의 아랍상인설이다. 무하마드 깐수, 고정간첩으로 암약했던 모 대학교 교수 정수일의 가명이다. 그가 소설 같은 '처용은 아랍상인이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이 너무나 생소했고 충격적인 내용이라 삼척동자도 처용이 아랍상인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해마다 처용문화제 때 '김현우의 처용탈전'을 여는데 많은 사람이 처용은 서역인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그러나 정수일 논문 이외에는 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어떤 기록에도 처용이 아랍인이라는 기록은 없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것을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것을 믿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그의 논문을 읽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처용이 아랍상인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은 단 한 구절도 없다. 신라 때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이나 아랍 쪽의 기록, 그리고 논문 발표 후 다큐로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경주 쾌릉에 가서 서역인의 형상을 한 무인상이나, 경주에서 출토된 서역인 토우 등을 증거로 아무런 상관없는 처용을 아랍인으로 만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실에 대해 확인 해 보지 않고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주제이지만 처용의 고장 울산에선 처용을 너무나도 홀대한다는 느낌이 든다. 처용무는 1971년 국가무형문화제로 지정되고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울산에 처용무전수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안동하회탈이나 고성오광대탈은 관련된 박물관도 있고 전수관도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울산 처용은 그런 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처용탈과 처용무복, 처용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누구든지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 살아있는 처용무를 전수할 울산만의 특색 있는 공간, 관광코스까지 겸할 수 있는 처용무전수관은 개인의 힘으로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의 중지를 모아 '울산처용무전수관'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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