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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핵심은 "앞으로 보름간 진행되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는 말이었다. 정 총리는 "중앙부처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행정명령을 내린 첫 사례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담겨져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회 등 다중 집합 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특히 "지역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학원, PC방과 같은 밀집시설을 추가로 관리해 주길 부탁드린다"면서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시설이 있다면 집회나 집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어기면 처벌을 하는 등 단호한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지자체에서는 우리 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로화하겠다는 의지로 역량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며 "관계 부처는 소관 시설이나 단체가 행정명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15일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정조치를 취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울산의 경우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울산 남구 삼산지역 핵심 유흥가로 꼽히는 왕생로 일대는 한마디로 젊은이들 해방구였다고 한다. 정부가 15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동참을 호소하고,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을 15일간 운영 중단해 줄 것을 권고한 날이었지만 이 지역에서는 이같은 조치는 무용지물이었다. 

남구 왕생로먹거리마실로 지정된 도로 양편으로 200m 넘게 늘어선 주점, 노래방, 카페 등 50여 곳이 넘는 유흥업소와 상점들은 어느 한 곳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젊은 인파로 넘쳐나며 광란의 밤을 연출하고 있었다. 주점 손님들은 20~30대의 젊은 층이 대부분.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공포의 도가니에 휩싸였지만 이곳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점 안이고 바깥이고 열의 일곱은 마스크를 벗어 던진 채 시끌벅쩍이다. 손으로 입을 만지며, 눈을 비비고 코로나19 수칙 준수는 여기서만은 예외인 듯 했다.

문제는 울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 36명 가운데 20~30대가 19명으로 52.7%라는 사실이다. 절반이 넘는 확진자가 젊은 층이다. 전국에서 발생한 확진자 8,897명 가운데 20~29세가 26.93%인 2,396명, 30~39세가 10.22%인 909명으로 30대 이하가 43.5%에 달한다. 코로나19는 젊은 층도 피해 갈 수 없는 감염병이라는 것을 수치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가는 추세다. 지금 확산세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국가경제와 시민생활에 엄청난 위기가 초래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이에 대비한 대책과 실천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장기전에 대비하여 감염병에 초점을 둔 보건의료체계 재구축 논의하고 있다. 언제든지 또 다른 감염병이 출현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에대한 상시 대응체제를 갖춰나가자는 이야기다. 이와함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시민들의 철저한 예방활동이다.

그 첫째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다. 시민들도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와 실천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문제는 지난 주말의 경우 정부의 간곡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교시설에서는 집회를 강행했다. 대부분이 정부지침을 지키는데 이를 어기고 강행하는 쪽은 무슨 배짱인지 되묻고 싶다. 지금은 시민 모두가 종교모임이나 외출·사적 모임 자제, 여행 연기·취소 등을 실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보름 간이 골든타임이다. 현 단계에서 지역 사회 감염 추세를 꺾지 못하면 두 차례 연기된 4월 개학이 또다시 불가능한 것은 물론 사회 전체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활발하다. 울산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위기 상황을 도우기 위해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하하는 운동이 확산하는 추세다. 여기에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동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반가운 일이다. 코로나19 확산 극복을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은 이미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시민운동이 됐다. 여기에 울산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울산시는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는 전통시장에 시비 우선 지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산업체와 기업의 동참도 활발하다. 코로나19의 충격파로 민생경제 침체는 물론 산업계 전반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불황 속에서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자는 운동이 확산하는 추세다.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을 응원하고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과 함께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 울산의 기업 등 각계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이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우리 모두가 방역의 주체로 코로나 19 극복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내 이웃과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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