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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마스크를 사지 못해 토요일 근처 약국을 돌아다니며 몇 시간 만에 두 개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삭막합니다. '동시 자전거 타고 동화 마을 한 바퀴'에 소개할 책을 고민하다가 2009년 푸른책들에서 나온 전병호 시인의 '봄으로 가는 버스'로 정하고 찾는데 30여분이 걸렸지만, 천천히 다시 읽는 동안 역시나 행복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봄은 벌써 우리 곁에 와서 산수유와 목련도 피고 벚꽃도 피는데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마음이 삭막한 겨울 같은 길을 아직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류장에서

어느 먼 나라에서
일하러 온 아저씨들일까.

언 손을 호호 불며
정류장에 나와 섰다.

봄으로 가는 버스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시에서처럼 봄으로 가는 버스가 무섭고 삭막한 바이러스를 빨리 몰아내고 희망을 가득 실고 우리 마음을 봄날로 대려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몇 년 전부터 아동문학 모임에서 전병호 시인을 만나면 꼭 사진을 찍자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큰형님 같은 넉넉한 미소로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둘만의 사진이 쌓여갈수록 종, 종, 종, 종 새끼오리가 엄마를 따라가듯 따뜻하고 정겨운 시인의 시세계를 닮아가고 싶어집니다.

몽돌

물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걸까.

손에 쥐니 참 따뜻하다
어미 새가 품던 알처럼

바다가 갈고 다듬어 놓은
작고 까만
돌 새알.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정자 바닷가나 강동 몽돌 해변에 가면 이 시가 생각납니다. "바다가 갈고 다듬어 놓은/작고 까만/돌 새알." 너무 따뜻해서 몽돌을 손에 꼭 쥐고 부화 시켜보고 싶습니다. 이 동시집 전반에 걸쳐 흐르는 따뜻함이 초겨울 밤에서도, 휴전선 철새에서도 가득합니다. 
몇 달째 일이 없어 세워둔 아빠의 낡은 짐차에 내려앉은 벚꽃 잎이 봄을 배달해 줄 희망이며 버스가 들르는 마을 마다 동시에 배꽃이 하얗게 피듯이 봄 오는 냇둑에 나와 앉은 개구리 눈망울에 도착한 봄이 우리 마음에도 빨리 도착해서 식당에서 거리에서 기침 소리만 들려도 수군대는 삭막한 현실에 마침표를 찍어 모과 향기 가득 피어나게 하는 전병호 시인의 동시집 '봄으로 가는 버스'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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