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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 같이 어려운 이때, 일명 '박사방'이라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예전부터 많이 벌어져 왔던 만큼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은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자가 대부분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쳐 성 착취 영상물을 가볍게 인식하는 경향이 팽배했고, 이는 수법적으로 더 교묘해지고 치밀해진 박사방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박사방 사건과 같은 경우 피의자는 고액 아르바이트 주선을 미끼로 여성을 유인한 뒤, 금전 지급 등을 명목으로 은밀한 신체 사진 및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협박을 통해 피의자가 원하는 음란한 영상을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찍게 만들었다.

또 수사를 피하기 위해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 메신저에 방을 개설한 뒤, 영상제공의 대가로 가상화폐를 받았다고 하니 그 수법의 치밀함과 악랄함에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다.

이렇게 천인공노할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라넷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고, 이는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활개를 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어찌 보면 지금의 박사방 사건은 예견된 범죄였을지도 모른다. 가벼운 처벌로는 절대로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앞으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성 착취 영상 제작·배포 및 소지죄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할 것이다.

둘째, 경찰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강력한 힘이 부여돼야 한다. 물론 압수수색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되지만, 이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자칫하면 중요한 증거를 놓치게 하고 수사 의지를 꺾을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처럼 사이버 상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의 경우 증거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정보를 강제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증거확보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셋째, '일반 음란물과 성 착취물은 다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피해 여성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성 착취물은 일반 음란물과 엄연히 다르다. 협박에 못 이겨 피해자 스스로 음란하고 엽기적인 장면을 촬영한 것도 모자라, 가해자들은 이 영상을 빌미로 '신고하면 유포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자신이 등장한 촬영물이 다시 자기 발목을 잡게 되는 끔찍한 악순환 속에서 피해자들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데도 성 착취물을 보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인가?

우리 울산 경찰은 지방경찰청과 4개 경찰서에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엄정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범죄 해결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여성가족부 등 유관기관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차단하고 법률 지원을 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 박사방 사건의 피해 여성들 중에는 다수의 미성년자들도 포함돼 있었고 이들의 고통은 26만 박사방 회원들의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데 이용됐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들과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잔인한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 및 소지하는 행위는 가벼운 범죄가 아닌 '인격 살인'이라는 인식이 하루빨리 사회에 퍼져 대한민국에 또다시 박사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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