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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울산 시민들의 소비심리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려놓았다. 지역경기 침체로 그렇지 않아도 닫혀있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등으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울산지역 소비자동향조사를 거쳐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1.6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93.4)에 비해 2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2월, 61.9)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생활형편과 현재경기판단을 비롯해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향후경기전망 등 6개 개별지수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해 표준화한 후 합성해 산출하는 지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울산지역 39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개별지수가 100보다 높은 경우 긍정적 응답 가구 수가 부정적 응답 가구보다 많음을, 100보다 낮은 경우 그 반대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지난 달에는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이들 6개 소비자동향지수(CSI) 모두 전월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35로 전월 대비 30포인트 하락하며 구성지수 낙폭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향후경기전망CSI(56)는 전월 대비 23포인트, 소비지출전망CSI(87)는 전월 대비 19포인트 내렸다.

이와 함께 전월 대비 가계수입전망CSI(78)는 14포인트, 가계수입전망CSI(74) 13포인트, 현재생활형편CSI(74) 11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이밖에 소비자심리지수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지표 중에선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한 현재가계부채CSI(102→104)와 보함(0)를 기록한 가계부채전망CSI(101)를 제외하고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금리수준전망CSI(64)과 취업기회전망CSI(54)는 각각 27포인트와 26포인트 급락했고, 주택가격전망CSI(100)와 임금수준전망CSI(97)도 각각 20포인트와 13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평균 지수와 비교한 울산의 주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모두 전국 수준을 밑돌아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전국과의 주요 지수 격차를 보면, 현재생활형편CSI와 생활형편전망CSI, 가계수입전망CSI가 각각 9포인트씩 낮았고, 소비지출전망CSI와 향후경기전망CSI는 각각 6포인트, 현재경기판단CSI 3포인트 낮았다.

이같은 상황은 실물경기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부산·울산 중소기업들의 경우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경제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는 업종별 정회원 조합 35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영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조합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차질 등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으로 각종 세금감면과 함께 특별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며 신용카드 공제 폭도 늘리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19 유사 증상자나 확진자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원하는 쪽에서는 체감하는 대책이라 여겨지지 않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경종은 주력 산업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가장 큰 악재다. 울산 최대 고용업종으로 지역경제 파급력이 가장 큰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첫 SUV 'G80' 출시 등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 내수와 해외 판매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0년 3월 지역경제보고서'에 실은 울산지역 자동차산업 동향에서 지난 1월에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3.8%와 3.1% 감소한데 이어 2월 이후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 차질,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 지표는 예사롭지 않다. 자동차 산업의 장기침체는 지역 경제의 뿌리를 흔들게 된다.

결국 지금 우리 경제, 아니 지역경제는 갈수록 악재가 쌓이는 형국이다.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는 말은 새롭지도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뿐 아니라 울산에서는 상권은 한파가 극심하다.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 상황만 강조할 시기가 아니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방역과 환자관리, 그리고 내수경제 살리기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시기가 중요하다.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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