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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이어 유럽과 미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가 대한민국 최대 수출도시 울산의 기업경기를 1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려놓았다. 이달부터 시작된 올 2분기 기업경기 전망치는 70선이 무너졌고, 기업체감경기인 1분기 실적치는 40선으로 추락했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150곳을 대상으로 '2020년도 2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해 2일 내놓은 2분기 전망치는 66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에 비해 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2분기(BSI 50) 이후 11년만에 최저치다. 또 올해 1분기 기업경기 실적치는 41로, 2분기 전망치와 마찬가지로 2009년 1분기(31) 이후 가장 부진했다.  

실물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겼던 한중 사드갈등과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보복 때도 울산의 기업경기 전망치가 7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지역 기업들에게 안긴 충격의 강도가 역대급임을 뒷받침했다.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100을 초과하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2분기 전망치 76을 기록한 자동차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부품 공급망 붕괴로 생산중단 등을 겪은 터라 2분기에도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수요 급감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최대 16% 감소(RBC 캐피털 마켓)할 것으로 예측돼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이 동반 증가하고 있고, 가동률 저하와 매출 감소로 위기에 처한 중소협력업체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지원이 더해지고 있는 점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정유·석유화학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36포인트 하락한 59를 기록했다.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 약세에 더해 글로벌 석유제품의 수요 부진까지 겹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각국의 국경 봉쇄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항공유와 휘발유, 경유 소비량이 줄고 생산공장들의 가동중단으로 인한 산업용 연료유마저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전체 업황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하지만, 범용 중심의 기존 생산 방식을 중단하고 고부가 제품 위주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태다.

2분기 전망치 71을 기록한 조선은 LNG선박 발주증가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뤄진 발주가 늘면서 회복세를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동량 둔화로 전 세계 선박 발주 감소, LNG 프로젝트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애로조사 결과, 울산 제조기업의 69.2%가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현장의 가장 큰 고충은 내수 위축에 따른 매출감소(32.9%)를 꼽았다. 이어 '방역물품 부족(20.8%)', '자금경색(15.7%)', '수출감소(13.2%)', '중국산 부품자재 조달 어려움(8.8%)','물류 및 통관 문제(5%),'중국내 공장의 운영 중단(1.3%)순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평균 2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은 파격적인 금융·세제지원 등 특단의 정책과 지원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고용 계획에 대해서는 '계획보다 줄일 것'과 '계획대로 시행할 것'이 49.5%로 같았다. 투자는 '계획보다 줄일 것'이 47.7%, '계획대로 시행'이 52.3%였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과제로는 '금융세제 지원(36%)', '기업조사 유예(23.6%)', '조업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15.8%)', '서비스 신산업 관련 규제개혁(10.9%)' 등을 요구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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