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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에 이르기를 기쁨(喜)과 노여움(怒), 슬픔(哀)과 즐거움(樂)이 나타나지 않는 정적의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이 상태가 천하의 기본이라 하였다. 

세상은 금세 달궈졌다 식었다하는 양은 냄비만 같다. 이게 좋다면 이쪽으로 우르르 저게 좋다면 저쪽으로 우르르 도대체 판단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차례다. 뉴스를 통해 나오는 기사들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기준도 모호하다. 같은 내용의 기사도 어떤 날은 칭찬을 받고 또 어떤 날은 날선 비판을 듣는다. 과연 여기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 걸까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 그 '하나'가 제법 세다. 그래서 '열'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남의 집 일로 시작한 코로나19는 곧 우리 집 일이 되었고 이웃의 일이 되더니 급기야는 온 나라의 일이 되었다. 이렇게 툭 던져진 바이러스는 사회 전반에 또 다른 '하나'를 던지기 시작했고 역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열'들이 발생하면서 앞날의 예측이 쉽지가 않다.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상황이 나빠져 휴업을 하거나 사업의 규모를 줄이고 있고 실제로 폐업을 한 가게도 허다하여 살기 어렵다가 입에 붙은 시국이지만 이 사태로 인해 특수를 누리는 직종도 있으니 뭐라 할 말 없는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

때 아니게 발생한 산불에 애먼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소중한 산림마저 훼손되었다.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고 툭하면 지탄을 받았던 공무원은 역시 대한민국의 공무원임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의료현장에선 긴장과 공포에 맞선 의료인의 노고가 선서의 당연함을 넘어 고귀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두려움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에는 매일 수천명 이상 쏟아지는 확진자와 사망자로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도 모를 모호한 예방책과 미처 검증도 안 된 치료법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던 각국도 이제는 우리에게 애타는 눈길을 보낸다. 코로나 덕분에 노랫소리 난무했었던 정치 집회가 적어지니 겉으론 조용하다. 그러나 곧 누군가들은 바빠질 총선, 이 판국에 공분의 n번방 사건까지 터졌다.

앞서 열거한 이 모든 상황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아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보고 들은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배급 시간 때 맞춰 마스크를 구매하고, 날아드는 재난문자에 따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온종일 TV앞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세며 급락하는 주식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경기를 마냥 탓하고만 있어야 할까. 불안과 관련한 말들 중 '매도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말이 있다. 마지막에 맞는 매는 서서히 옥죄는 불안 때문에 실제 느끼는 심리적 아픔이 두 배 이상은 족히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불안을 느낄 때 좋지 않은 상황이 겹쳐지게 되면 느껴지는 불안은 극에 달한다고 한다. 불안은 정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안정을 원하게 되고 그런 이유로 민심을 안정시키는 정책들에 대해 귀를 세울 수밖에 없다. 지금 쏟아져 나오는 정책의 대부분이 그 마음에 기인하고 실제로도 서민경제를 잘 꾸려 민심을 안정시켜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아는 국민들은 콩 한쪽도 나눠먹자는 마음으로 기금모금을 한다. 참으로 훌륭하다. 물론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지만 총선을 앞 둔 선거 전략일지 사태가 진정되면 수거해 가는 것은 아닐지 그들의 처신이 인심을 잃은 위정자들의 주소 같아 씁쓸하다. 아무튼 언론과 방송은 세계가 한국을 칭찬하고 한국정부를 본받으라 한다며 연일 보따리를 털며 우리의 눈과 귀는 물론 생각마저도 장악한다. 확연히 드러난 숫자가 그러하니 이쯤 되면 국내 코로나 감염 관리 대응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잘 따라주는 국민들이 있어 칭송이 곱이 됨을 아니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언제쯤 진정국면에 들어설지 불분명하고 이러한 사태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유입처럼 새롭게 터지는 '하나'까지 가세하니 일희일비는 뒤로 미뤄둬야겠다. 힘든 상황에서도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하나'를 제대로 알아 미래의 '열'을 예측하는 시간이 조금 더 짧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만이 간절하다. 세계를 패닉으로 만든 전무후무한 재난, 이 상황의 빠른 극복을 위해 우리 모두 행동지침을 준수하고, 다가 올 총선에서 비판적 사고와 바른 선택으로 한 표를 행사하여 위기의 순간 국민을 구해낼 제대로 된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左도 아니고 右도 아니고 中을 지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천하의 기본이라 하니 기본에 충실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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