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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은 2일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감염병 대응 원격수업 운영에 대한 단위학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담당자 연수를 실시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ulsanpress.net
울산시교육청은 2일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감염병 대응 원격수업 운영에 대한 단위학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담당자 연수를 실시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ulsanpress.net

학교에 출근한 교사는 각자의 교실로 가는 대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학생들도 집에서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으로 온라인 프로그램에 '로그인' 하는 것으로 가상 등교를 한다. 교사가 출석부의 학생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얼굴을 확인하는 대신 EBS 온라인 클래스를 접속해 출결을 체크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과목마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동시에 듣는다. 교사마다 수업 방식은 제각각이다. 유튜브 스트리밍 채널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수업하는 교사도 있고, 사전 녹화한 동영상이나 EBS 온라인 영상을 틀어준다.


오는 20일 '온라인 개학'하는 울산지역 고교의 온라인 수업 시나리오는 대강 이렇다.
책임은 교사들에게 주어졌다. 당장 2주 안에 수업 준비를 해내야하는 입장이 된 교사들은 막막함과 혼란스러움을 호소할 겨를도 없이 각자에게 맞는 원격수업 이행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다만 공교육 사상 처음 시도되면서 이른바 '가보지 않은 길'로 불리고 있는 '원격 교육'을 이끌어가야하는 입장이다보니 진통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수업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동영상 촬영과 편집기술을 익히는 일이다. 그렇다고 EBS 동영상을 올려 놓자니 쌍방향 수업을 하는 교사가 나오거나, 자체 제작한 동영상 수업을 업로드하는 학교가 있을 경우 발생하게 될 수업격차 논란을 각오해야 한다.


젊은 교사는 어떻게든 온라인 강의 매커니즘을 숙지해보려는 용기라도 내보지만, IT세대가 아닌 50대 중년 교사들은 어디서부터 알아가야할지 조차 막막하다. 수업을 한다한들 학생들의 성취 정도를 즉각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고, 실제 수업을 듣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생활지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이래저래 고민이다.
고교의 한 교사는 "난생 처음 하게 된 원격수업을 2주 만에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결국 교사의 역량 부족 논란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 시교육청 연수현장 교사들 고충 쏟아져
울산시교육청이 온라인 강의에 대비해 2일 실시한 연수에서도 교사들의 이같은 고충이 쏟아졌다. 시교육청은 오전·오후로 나눠 중고등학교 교사 120명을 상대로 '원격수업 교사연수'를 실시했다. 


학교 대표로 참석한 교사들은 이날 강의를 숙지한 후 이를 동료교사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63명이 참석한 고교 교사 연수에서는 남목고 곽상호 교사가 'EBS클래스 활용법'을 안내하고, 울산과학고 김은정 교사가 '수업 영상 간단 제작 방법'을 주제로 강의했다.


한 부장교사는 "교사들은 동영상 제작이나 원격 수업 등에서 초보나 마찬가지다. 온라인 개학이 확정된 현재로서는 열심히 수업을 듣고 최대한 빨리 깨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50대의 한 교사는 "우리 세대는 솔직히 젊은 교사들과는 달라서 강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학교에 돌아가서 동료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 방법을 전파해야하는데 걱정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교사들도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교사는 "직접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강의 내용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달라. 찬찬히 돌아보며 복습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 학생 자발성·주도성 높여야 효과 극대화
특히 고3 담임 교사는 고충이 더욱 크다. 한 고3 교사는 "입시도 신경써야 하는데 원격수업 강의법까지 배워야하는 상황이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일단 쌍방향 수업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자체 영상제작도 시간을 두고 기술을 익힌 뒤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사들도 일선 교사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했다. 곽 교사는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다보면 요령이 생긴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교사들을 안심시켰다. 또 EBS가 제작 배포한 수업 교재를 충분히 활용할 것을 권유하면서 "'EBS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하는 교사들만 새 강좌 만들기 목록을 클릭해 강의를 등록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다만 이 경우 교육격차 논란을 각오해야한다. 한 교사는 "EBS 영상 교재를 활용하고 카톡이나 밴트를 통해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며 "다만 학생을 직접 볼 수 없고 성취정도를 체크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관리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교육의 결과가 더 좋아질 것이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오히려 학교에 오는 것보다 교육의 결과가 더 떨어져서 양극화가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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