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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가 울산 왜성을 증강현실(AR)로 재현하고 옛 성터를 보존하는 작업에 나서는 등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한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아무리 관광사업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라 하더라도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은 바로 역사의식이다. 

울산 중구가 복원하려는 울산왜성은 어떤 곳인가. 도산성으로도 불리는 울산왜성(면적 5만9,678㎡)은 중구 학성공원에 있는 조선시대 성곽으로 정유재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방어선 구축을 위해 급조한 성이다. 이 성은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충청도에서 진로를 막힌 왜군이 남해안 쪽에 방어선을 치고 방어에 나설 때 울산으로 밀린 왜군이 최후의 방어선 성격으로 남동해안 일대에 만든 성이다. 

울산왜성 역시 이 당시 건조된 성곽 중의 하나로 급조된 성이다 보니 성벽의 자재 상당수를 기존 병영성과 울산읍성을 허물어 조달했다. 당시 이 성을 쌓기 위해 40여 일 간의 짧은 공사기간 동안 울산의 민초들은 노동력을 동원하고 고유의 읍성을 허무는 등 무자비한 파괴와 약탈이 자행된 역사가 서려 있다. 

물론 이같은 스토리를 가진 울산왜성이 현재는 급격한 도시화로 성곽의 훼손이 가속화된 상태여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살리고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도심공원 활성화를 통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관광자원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유재란 최후의 육상혈투였던 도산성 전투의 현장을 대일항전의 역사가 아닌 단순히 왜장의 전리품 재현에 초점을 두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구가 추진하는 콘텐츠 개발은 울산왜성의 복원된 모습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360도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AR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중구는 "왜군이 쌓았다고 해서 단순히 없애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곳에서 조명연합군이 치열한 전투를 통해 왜적이 물러나는데 큰 기여를 한 공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각시켜 역사적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증강현실을 개발, 울산왜성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 같은 문화재적 가치 외에도 주민들의 도심 속 휴식처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만큼, 보수정비를 통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구가 개발한 이 콘텐츠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웹 브라우저만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해 접근성과 관광 상품 개발 연계성을 높였다는 게 중구의 설명이다. 중구는 AR 콘텐츠 외에 실제 울산왜성 자체를 보존·복원하는 사업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중으로 울산왜성 본환(본성) 시굴조사를 추진해 유적을 보호하고 앞으로의 보수정비 방향을 수립, 울산왜성 복원의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참 어리석은 발상이자 몰 역사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왜 굳이 울산왜성을 복원해야 하는가에 있다. 이 성이 건축학적인 가치나 역사학적인 가치가 뛰어나거나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울산 중구에 묻고 싶다. 특히 왜성이 왜국의 조선 침략 증좌로 약탈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이미 허물어지고 볼품없어진 잔재를 왜 복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굳이 복원을 하려면 충의사와 연계한 항일의식의 현장으로 살아 있는 생생한 교육장을 만들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같은 발상이라면 AR 콘텐츠도 도산성 전투의 현장을 재구성하고 충의사 쪽의 조명 연합군 지휘부와 도산성의 가토 저항군의 치열한 공방전을 콘텐츠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년 전쯤 울산 중구가 학성공원에 왜장 가토 기요마사 동상 건립을 추진할 당시에도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한 사업이라는 중구의 취지와는 다르게 큰 논란이 됐던 만큼, 왜성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구의 한 주민은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병영성 등 울산 고유의 성곽 자재를 헐고 지은 왜성을 왜 복원하고 이를 증강현실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이 사업이 도대체 어떤 교육적 역사적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도산성 전투 등 치열했던 항전의 현장을 기리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하고 인근의 충의사와 연결해 호국정신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모를까, 초점이 왜성 자체의 복원에 치우쳐져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과거의 문화재나 성곽 등을 복원하는 작업은 무조건 옛 모습 비슷하게 만들어 놓자는 식의 주먹구구식은 곤란하다. 왜 복원을 해야 하며 무엇을 복원하고 어떤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설득력이 있고 보편타당한 역사문화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무지한 공무원 몇몇의 조악한 콘텐츠 복원은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욕을 먹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누가 언제 왜 이같은 복원에 나섰는지는 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즉각 철회하고 폐기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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