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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극협회 사무실에서 극단 대표들이 모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4월에 열리는 울산연극제를 7월로 연기한지 한 달이 됐다. 그 사이 울산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일정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안 그래도 경제적인 토대가 허술한 지역 연극계는 강제 '셧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달 18일 한국예술인총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예술인총연합회 주관으로 올해 1~4월 사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지역 현장 예술행사는 4건으로, 피해액은 4억 5,000만원이라고 한다.

전국은 2,511건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한 전국 문화예술계의 직접 피해액은 523억원으로 추산했고, 한국예술인총연합회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현장 예술인 및 단체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 조치를 요청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기초예술인 연극을 육성하고 미래지향적인 연극계 환경조성을 위해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2020년 한국 연극계를 멈춰 세웠다. 며칠 전 한국연극협회는 서울·경기·대구·대전 지역에서 40개 단체가 공연 취소나 연기, 관객 감소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관객 감소 등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는데, 이번 코로나19가 그때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면서 한국연극협회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20년 '연극의 해' 예산을 코로나19 피해를 당한 연극인을 위한 보상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연극계 지원을 위한 예산 21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지만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심각한 경제 타격을 받고 있기에 피해 지원에 있어서 당연히 최우선 순위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문화예술인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의 경우 산업적 기반이 너무 취약해 코로나19 같은 외부적 불안이 지속되면 창작활동이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지원하지 못한다면 문화예술계 전반이 타격을 입고 이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다행히 최근 울산문화재단도 실태조사를 통해 피해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찾는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다. 모쪼록 코로나19로 국난에 가까운 시련을 겪고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많은 분의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이 자리에서 문득 지난날을 돌아본다. 어떤 사회적 이슈나 사건, 나름 인간에 대한 탐구로 고민하며 대본 작업을 했다. 배우들과 치열하게 논쟁해가며 두 달 정도 매일 만나 연습했다. 그렇게 하나의 미완성 앙상블을 만들고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아 우리의 피, 땀, 눈물이 가득한 앙상블을 펼쳐보였다. 무대와 객석이 만나 함께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었다.

공연되는 그 순간에만 완성된 형태의 예술품으로 존재하는 연극의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항상 그렇게 작업을 했다. 그리고는 항상 자문했었다. 나의,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효한 그 무엇이었을까. 나의, 우리의 연극이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충전이 되었을까. 나의, 우리의 작업이 예술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우리는 이 시대의 예술가일까. 그런데 이런 모든 질문은 관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데 요즘은 공연을 할 수가 없다. 관객이 없는, 무대가 없는 지금의 나는, 우리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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