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고양이와 통한 날』 『고양이의 탄생』 『글자동물원』에 이어 이번 동시집 『오리 돌멩이 오리』도 기대가 된다. 2020년 02월 20일 탄생, '오리돌멩이오리돌멩이해 돌멩이오리달 오리돌멩이날'이라는 멋진 한글 생일을 가진 동시집이다.
"1은 나무, 2는 오리야./0은 뭘까?/그래, 맞아./0은 돌멩이야./그러니까/ 『오리 돌멩이 오리』를 숫자로 쓰면 『2 0 2』가 되겠지?" <시인의 말> 첫 5행에서부터 숫자공부를 시키는 시집이다. 숫자공부로 마치느냐, 꽃말공부(「사월의 꽃말」), 자음공부(「파꽃」), 자음 중에서도 오리궁뎅이가 낳는 「시옷」잡이에 푹 빠질 수 있다. 시옷 얘기 나온 김에 시옷 잡으러 연못 속에 뛰어들어볼까?
동동동동
오리가 헤엄쳐 가면
오리 뒤로
길다란 시옷이 만들어진다
물살을 열고
앞으로 나가는 오리를 따라
줄지어 생기는
긴
시옷
연못을 좋아하는 오리가
날마다 연못에 입혀 주는
시의 옷 같은
시옷
한참을 쓰고 나서
돌아다보면
멀리서부터 지워져 와서
금세 오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마는
시옷
(하략)
-이안 「시옷」 부분
시옷 떼를 눈여겨보노라면 한 줄이 아니고 두 줄이란 걸 알 것이다. 두 줄은 빅 브이로 재탄생 돼 아이를 흥분시킨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브이를 쫓다가 강물이 돼 버리곤 하니 아이들이야 어떠랴. 시옷잡이에서 이번엔 시인의 노란 「해바라기 창문」을 들여다볼까.
해바라기가 피었다
동쪽을 보고
노랗게 피었다
아침 해가 잘 드는
동그란
창문 안에서
눈이 까매지는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창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세상은 참 노래
이렇게 노란 세상은 처음이야
-이안 「해바라기 창문」전문
누구나 봤을 노란 창문을 누구는 쓰고 누구는 놓치고. 에이, 무슨 수로 이 시를 능가하는 해바라기를 쓸까, 느슨한 시작(詩作)에 따끔한 회초리를 드는 동시다. 『오리 돌멩이 오리』의 힘찬 비상이 보인다. 코로나 특효약으로 이미 소문이 난 책일지 모르겠다. 벚꽃이 지고 있어도 좋고, 양지꽃덧신 노랗게 신은 연못가 벤치에 앉아 펼쳐도 좋다. 연못 앞에서 호수 앞에서 강 앞에서 "2 0 2!" 외쳐보자. 움츠리지 말아요. 다 지나갈 거랍니다. 봄빛 좀 봐요. 동시 아이들 보내는 응원은 따스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