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내부. 울산소방본부 제공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내부. 울산소방본부 제공

생계를 꾸리기 위해 부모들이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집안에 갇힌 어린 동생을 구하려던 형이 동생과 함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새벽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편의점에 다녀오는 동안 불이 나자 어린 동생을 구하려고 화마 속에 뛰어든 형과 동생이 모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 타지 살던 동생, 개학 연기돼 울산 생활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4시 6분께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2명 가운데 동생 A 군(9)은 불에 타 숨졌고 형 B 군(18)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또 아파트 주민 8명이 연기를 흡입해 현장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32분 만에 진화됐으며, 소방서추산 5,0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검게 그을린 아파트 외벽 모습. 울산소방본부 제공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검게 그을린 아파트 외벽 모습. 울산소방본부 제공

경찰은 이들 형제와 친구 등 3명이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촛불을 켜놓았고, B 군과 친구가 음료수를 사려고 인근 편의점에 간 사이 촛불이 넘어져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오전 3시 59분께 B 군과 친구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확인했으며 이들은 불과 6분 뒤인 4시 5분께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형인 B 군이 편의점에 다녀오다 집에 불이 나자 A 군을 구하려고 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친구가 화재신고를 하는 사이 B군은 집 안으로 들어가 잠든 A 군을 깨워 대피하려 했다. B 군은 집 안으로 들어가 안방에서 잠들었던 동생을 거실 베란다 쪽으로 옮겼으나 끝내 탈출하지 못했고 B 군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베란다 난간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 "평소 의좋은 형제" 주민들 안타까움
사고 당시 이들 형제의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영업 준비 등으로 집을 비웠고, 어머니는 일 때문에 경주에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어머니는 일 년 전쯤 초등학생인 9살 둘째 아들 교육을 위해 경주에서 직장을 구하고 이 아들과 함께 지내며 울산 집을 오갔으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둘째 아들을 울산 집에 머물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역시 최근 경기가 어려워 식당을 하면서 비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 배달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내부 모습. 울산소방본부 제공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내부 모습. 울산소방본부 제공

이웃 주민들은 어린 형제들이 참변 소식에 안타까움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한 아파트 주민 박 모 씨(60)는 화재 현장을 창문 너머로 목격했다며 당시의 긴급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박 씨는 "새벽에 밖이 소란스러워서 잠에서 깼는데 '살려주세요'하는 긴박하고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10분 정도 지속되더니 와장창 소리와 함께 사람이 추락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파트의 한 주민은 "형제 사이에 나이 차이가 크게 나고, 동생이 예전에 사고로 다쳐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형이 동생을 많이 아꼈었는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새벽에 불이 나서 일단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주민 30여명이 대피한 상태였다.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당시에는 상황을 잘 몰랐는데 이후 뉴스를 보고 아이들의 참변소식을 들었다"면서 "우리 동네에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아이들도 그렇고 부모도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김가람기자 kanye218@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