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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화재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형제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화재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형제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별이 되어 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

지난 8일 화재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형제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9일 방문한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는 13층을 기준으로 벽면이 위아래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불에 탄 13층의 창문이 다 깨진 듯 아파트 앞 보행로 위로 유리 파편이 잔뜩 떨어진 모습이다.

그곳에는 형제의 참혹한 비극을 애도하려는 듯 국화와 장미 대여섯 송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장미 앞에는 '별이 되어 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이라는 쪽지가 걸려있어 슬픔을 떠안을 형제의 부모에게 위로를 전했다.

한 주민은 추모 현장을 바라보며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불이 더 번진 것 같다"면서 "형제가 한꺼번에 그렇게 돼서 안타깝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날 오전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형제의 빈소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형제를 애도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렸다. 대부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었으며, 이들은 침묵 속에서 세상과 이별한 형제를 떠올렸다. 적막한 가운데 유가족들의 곡소리만이 맴돌 뿐이었다.

오후에는 노옥희 교육감도 빈소에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형제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도 추모글이 올라왔다.
한 울산지역 커뮤니티에는 '자식 키우는 입장으로 너무 가슴이 아프다' '부모님 심정이 헤아려지지도 않는다. 정말 안타깝다'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4시 6분께 형이 불 난 집 안에 있던 어린 동생을 구하려다 함께 참변을 당했다. 형은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생 역시 베란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형제의 부모는 생업 때문에 당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동생은 사고로 뇌수술을 수차례 받고 지난해 경북의 한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경주에서 직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어머니는 경주에 남고, 아버지와 형제들만 울산에 남아 지내왔다. 아버지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어 식당을 운영하면서 모텔 수건을 수거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상태다.

어려운 경제적 사정으로 현재 이 형제의 장례식 비용 및 운구차 비용도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울산시교육청은 부서별로 자발적으로 성금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조사 중인 동부소방서는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화재경보기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제보가 많아 확인해본 결과 정상 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가 더 빨리 번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94년 7월 이전에 허가 난 건물로, 당시 규정상 16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치가 의무화 돼 있다.  김가람기자 kanye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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